‘후지카와 잊었나’ MVP 오승환, 예우 아닌 혹사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객원기자

입력 2014.10.19 11:40  수정 2014.10.20 10:46

한신 출신 후지카와, MLB 진출 후 팔꿈치 고장

한신 코칭스태프, 전 경기 투입 욕심..오승환에겐 독

오승환이 목표했던 클라이맥스시리즈 MVP에 등극했지만, 혹사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오승환(32)의 역투를 앞세운 한신이 9년 만에 재팬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오승환은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 4차전에서 8-2로 크게 앞선 9회말 등판, 1이닝 동안 백투백 홈런으로 2실점 했다.

그러나 한신은 이날 경기에서 8-4로 승리하며 6전 4선승제의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4연승, 9년 만에 일본시리즈에 올라 1985년 이후 29년 만에 일본시리즈 정상을 노크하게 됐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일등공신은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이번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에서 혹사 우려를 낳을 정도의 연투를 거듭하며 한신의 수호신으로 우뚝 섰다. 좋은 말로 연투지 사실상 혹사에 가깝다.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의 클라이맥스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 1차전에서 1이닝 세이브, 2차전에서 무려 3이닝을 던졌다. 그 다음 요미우리와의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에서는 4차전까지 연속 등판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덕분에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MVP에 등극했다.

6경기 등판 8.1이닝 투구 4세이브, 2실점 평균자책점 2.16. 일본 클라이맥스시리즈 역대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렇다면 마지막 등판이 과연 오승환의 MVP 수상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마지막 승부를 결정짓는 투구 덕분에 MVP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을까. 아니면 1이닝 동안 백투백 홈런 포함 3피안타 2실점을 허용하며 무결점 투구에 오점을 남긴 것일까.

등판하지 않았다면 7.1이닝 투구 4세이브 평균자책점 0. 퍼펙트 스테이지의 완전무결의 MVP 후보였다. 4차전 등판은 사실상 오승환 개인적으론 득 될 게 별로 없었다.

하지만 한신의 이 같은 오승환의 연투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무엇보다 한신의 나카니시 기요오키 투수코치와 야마구치 다카시 불펜 코치는 오승환을 '철완'으로 판단한 이유가 있다. 오승환이 작년 한국시리즈 두산과의 2차전에서 4이닝을 홀로 책임졌던 상황을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지난 히로시마와의 2차전 3이닝 투구의 근거도 한국시리즈 2차전의 연장선상에서 판단한 것일까.

한국에서도 선발투수처럼 던졌으니 일본에서 던질 수 있다는 식의 시각일까. 이런 논리는 요미우리전 6경기 모두 등판을 내심 바라는 산케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또 나타났다. 심지어는 '2이닝 3연투설'까지도 흘러 나왔다. 1이닝 마무리의 라루사이즘이 이미 한국프로야구에도 정착된 상황에서 한국보다 수준 높은 일본야구에서 나온 말 치곤 상당히 낯설다.

사상 최초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에 진출하고 또 9년 만에 재팬시리즈를 염원하는 한신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오승환의 보호나 배려는 뭔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그 빌미가 작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 4이닝 투구 때문이라면 분명 우리가 나쁜 선례를 남긴 셈이다. 당시 한국에서도 마무리의 4이닝 투구에도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오승환 연투로 '떨어진 구위'

다행스럽게도 한신은 1회부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한신이 경기 초반 큰 점수 차로 이기면 오승환이 등판하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 맷 머튼의 기선제압 3점포와 후쿠도메 고스케의 솔로포를 백투백으로 작렬시킨 한신은 1회 대거 4득점을 올리며 3연패로 몰린 요미우리의 전의를 꺾었다.

이어 2회에도 니시오카 쓰요시의 투런포가 터지면서 요미우리는 사실상 침몰했다. 2회 가메이 요시유키의 솔로포와 3회 무라타 슈이치의 희생플라이로 추격했지만 요미우리의 반격은 거기까지. 더 이상 추격엔 실패했다. 한신이 8-2로 승기를 완전히 잡은 9회 또 다시 오승환이 등판했다.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클라이맥스 시리즈 4경기 연속 등판이었다.

사실상 오승환이 없어도 충분히 6점차 승리는 지킬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한신은 또 다시 오승환을 택했다. 포스트시즌 6경기 연속 등판의 피로감보다는 확실한 승리가 우선이었다. 오승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큰 게 아닐까. 물론 마무리 투수의 예우 차원에서 등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마 아웃카운트 3개의 부담 대신 1타자 승부로 피로가 쌓인 오승환을 배려할 수도 있었지 않을까.

오승환은 첫 타자 프레데릭 세페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도쿄돔의 우중간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솔로포를 허용한 것. 볼카운트 2-2 상황에서 몸쪽에 붙인 직구에 세페다의 타이밍이 워낙 좋았다. 다음 타자 사카모토에게도 역시 투투피치에서 백투백 솔로포를 허용했다. 한가운데로 쏠린 실투성 컷패스트볼에 사카모토가 손목만 넣은 타격 기교로 좌월 솔로포를 만들어 낸 것.

이후 나카니시 기요오키 한신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와 오승환을 점검하고 들어갔다. 다음 타석에 이바타 히로카즈를 우익수 플라이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다음 타자 레슬리 앤더슨에게 다시 우전안타를 허용,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 타자 아베 신노스케는 오승환 상대 타율이 무려 0.667에 1홈런을 뽑아낸 소위 천적이었다. 오승환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아베를 몸쪽 낮은 슬라이더로 유인,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였다. 만약 아베와의 승부에서 실패했다면 오승환의 떨어진 구위를 감안하면 위기를 허용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남긴 오승환은 5번 무라타 슈이치에게 한가운데 높은 직구로 2루수 플라이를 유도했다. 4일 연속 등판의 후유증으로 오승환의 이날 직구는 스피드건에 139km가 찍히기도 했다. 물론, 막판 커브가 102km가 나오는 등 스피드건의 일시적인 오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날 오승환의 구위와 제구는 이전과는 분명 달랐다. 제구가 대체로 높게 형성됐고 볼끝도 밋밋했다.


재팬시리즈 혹사 우려

8-2 상황에서 또 올린 오승환의 등판을 배려라고 봐야 할 지 아니면 혹사라고 봐야할 지 보는 시각마다 다르고 판단의 여지는 남는다. 하지만, 한신이 좀 더 길게 보고 오승환을 아낀다면 투구수와 이닝 관리는 해줘야 하는 게 옳다.

물론 이길 시리즈는 오승환을 과감하게 투입시켜 빨리 끝내야 한다는 게 한신 측 판단일 수 있다.

'25일이 재팬시리즈 1차전이 열린다. 오승환을 아끼다가 시리즈가 연장되고 6차전까지 갈 경우 오히려 오승환의 혹사가 심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오승환을 초반에 집중투입해서 시리즈를 4차전 이내에서 끝내겠다는 판단에 의한 오승환 활용법이었으면 대성공이다.

2014 재팬시리즈는 25일 한신의 홈구장인 고시엔에서 1차전이 열린다. 지금부터 무려 6일의 꿀맛 같은 휴식 기간이 주어진다. 연투에 피로한 오승환이 재충전하기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다. 시리즈를 조기에 끝낸 게 오승환에겐 오히려 득일 수 있다.

또 퍼시픽리그의 혼전이 길어지면 더더욱 반사 이익이 발생한다. 한신은 대망의 재팬시리즈에 한 발 더 다가선다. 그런 의미에서 오승환을 집중 투입했다면 한신의 오승환의 잦은 기용은 일면 수긍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신이 오승환을 2년 쓰고 버릴 소모품으로 대한다면 잘못된 시각이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와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와 같은 일본 최고 투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다. 오승환은 일본에 머무를 투수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 충분히 도전할 기량을 가진 투수이기에 좀 더 세심한 관리와 배려가 필요하다.

오승환은 이미 1차례의 토미존 서저리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등, 큰 수술을 두 번이나 겪고 기나긴 재활의 고통 기간을 극복해 낸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이미 그는 한국의 돌부처를 넘어 국보급 마무리로 성장한 투수다. 국보가 된 돌부처 오승환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팬시리즈 '2이닝 7경기 모두 등판 예정'이라는 충격적인 인터뷰가 한신 투수코치의 입을 통해 부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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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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