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재획정' 헌재발 폭탄맞은 여의도 정가 '발칵'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 3대 1 내년 말까지 2대 1로 조정해야
인구편차 초과 56개 선거구 포함, 선거구 재획정 및 선거제도 개편 불가피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기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선거구 획정 기준은 지역별 국회의원 의석수는 물론 정당별 의석수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헌법 개정보다 큰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헌재는 30일 현행 3대 1일인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 기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이를 내년 12월 31일까지 2대 1 이하로 조정할 것을 명령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폐기 시 사회적 혼란이 우려될 때, 개정 시까지 그 효력을 인정하는 변형 결정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1월 20일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현저한 지역에 거주 중인 정의당 당원 9명을 청구인으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데 따른 결과다. 당시 심 원내대표는 “선거구 인구의 불평등은 투표 가치의 불평등을 초래하여 결국 선거권의 평등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서 헌법소원을 주도했던 심 원내대표는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며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공직선거법 제25조 제2항에 의한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구역 표(2012년 2월 29일 법률 제11347호로 개정)는 전면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기준으로 서울 강남갑(30만9776명), 서울 강서갑(30만3867명), 인천 남동갑(30만5718명) 등의 인구는 전국 선거구 평균 인구인 20만6702명의 약 1.5배에 달한다. 반대로 경북 영천 선거구의 인구는 10만3003명으로 서울 강남갑의 3분의 1, 평균 인구의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헌재의 명령대로 법률이 개정되면 선거구별 인구수는 27만5300명보다 적고, 13만8000명보다 많아야 한다. 심 원내대표에 따르면 19대 총선을 기준으로 35개 선거구가 상한선을 넘어서고, 21개 선거구가 하한선에 미달한다. 단순 선거구별 인구수로만 따지만 최소 56개 선거구가 재획정돼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246개 선거구 전체가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인구편차가 심한 모든 선거구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지 않는 이상, 지리적 접근성과 지역적 특징을 기준으로 선거구가 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 상한선 초과 선거구가 수도권에, 하한선 미달 선거구가 영·호남권에 몰린 점을 고려하면, 헌재 기준으로 선거구가 재획정될 경우 수도권의 의석수는 늘고 영·호남권의 의석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영·호남을 각각 기반지역으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석수 변화를 의미한다.
광역단체별로는 서울과 인천, 대전, 경기도의 의석수가 늘고, 울산과 광주, 경상북도, 전라남도, 전라북도의 의석수가 준다. 구체적으로 호남과 강원, 경북지역에서 각 1~3개의 선거구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인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선거제도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중·대선거구제 도입 추진을 시사했던 새정치연합으로서는 헌재의 이번 결정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은 중·대선거구제 외에도 권력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반면, 원내 제1당이자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선거구 재획정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로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까봐 걱정된다”면서 “대도시 인구밀집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지역 대표성의 의미가 축소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내년 중 선거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난을 의식해 논의는 하되, 이것이 실제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사실상 위헌심판이나 다름없지만, 입법은 국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법률 개정 과정에 헌재가 개입할 법적 근거는 없다. 따라서 내년 말까지 선거구 재획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대 총선은 현행 선거법상 선거구를 기준으로 치러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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