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신임 감독을 품에 안은 KIA는 지난 2일 일본 미야자키로 마무리 훈련을 떠났다. 출국장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역시나 최희섭이었다.
몰라보게 홀쭉해진 몸으로 등장한 최희섭은 “지난 1년간 생각이 많았다. 이제는 마음의 정리가 됐다”면서 “새로운 감독님과 구단에서 도와주셔서 기회가 생겼다. 꼭 예전 모습을 찾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최희섭은 KIA 팬들에게 서서히 지워지고 있던 존재였다. 그러면서 그가 갖고 있는 놀라운 잠재력에 기대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애증의 대상이기도 했다.
국내 유일의 메이저리그 출신 타자인 최희섭은 2007년 국내 복귀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빅초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신장 196cm에 뿜어져 나오는 스윙은 이승엽이 보유한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을 갈아치울 것만 같았다.
첫 번째 시련은 부상이었다. 복귀 후 2년간 잔부상에 시달렸던 최희섭은 연간 50여 경기 출전에 그쳤고 기대했던 홈런도 한 자리 수에 머물렀다. 하지만 2009년 명 타자 조련사 박흥식 코치를 만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된다.
최희섭은 2009년 타율 0.308 33홈런 100타점을 기록,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함과 동시에 팀의 우승까지 이끌었다. 당시 MVP였던 김상현과의 쌍끌이포는 거포에 목말라있던 KIA에 단비와도 같았다. 서른이라는 나이 역시 막 전성기에 접어든 터라 향후 몇 년 간은 KIA의 중심타선을 책임져줄 것만 같았다.
이듬해에도 타율 0.286 21홈런 84타점으로 제몫을 해냈지만 문제는 너무 잦은 부상이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최희섭은 몸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아파도 너무 아팠다. 그러면서 팬들의 도마 위에 오른 ‘멘탈’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2012년 선동열 감독이 부임하면서 배려와 기회를 보장받았지만 최희섭은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비시즌 기간에는 구단과의 연봉 협상서 불협화음을 일으켰고,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성숙하지 못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 올 시즌에는 아예 1군 무대에 얼굴도 비추지 못했다.
은퇴까지 각오했던 최희섭은 이번 마무리 훈련에 비장한 심정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기태라는 새로운 수장 아래 분위기 전환도 이뤘고, 영원한 스승인 박흥식 코치와도 재회했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KIA는 얇은 선수층이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나 김선빈, 안치홍의 군 입대로 타선마저 헐거워지고 말았다. 여기에 이범호, 나지완, 필이 버틴 중심타선은 다른 팀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최희섭이라는 이름은 등장 자체만으로도 상대 마운드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배수의 진을 친 전직 메이저리거가 짧지만 강렬했던 2009년의 추억을 떠올리며 좌초 위기에 빠진 타이거즈 명가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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