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련, 전대에 계파 수장 빠진다고 갈등 없어질까
유력 당권주자들이 계파 수장이다보니 이해관계 조정할 사람 없어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지난 3일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태일 영남대 교수가 비상대책위원들의 차기 전국대의원대회 불참을 촉구한 데 이어,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지난 5일 비대위원 전원을 비롯한 각 계파 수장들이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혀 당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토론 발제자로 참여한 재야 학자의 발언은 조언 정도로 여겨질 수 있지만, 당 전당대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 부의장의 발언은 무게감이 다르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각 계파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이 부의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당대회에 비대위원을 비롯한 계파 수장들은 당대표에 출마를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 “비대위원들끼리 서로 합의해서 다 함께 출마를 안 하고, 당을 위해서 양보해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또 “그 분들이 출마하면 계파갈등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의원 총선거에 임박했는데, (차기 지도부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 지도부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후진들에게 길 열어주는 미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부의장의 말처럼 각 계파의 수장격 인물들이 모두 전당대회에 불참할 경우, 마땅한 차기 당권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은 “실질적으로 비대위원들이 가장 능력 있는 분들 아니겠느냐”면서 “이 사람들이 다 빠지면 누가 당대표를 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새정치연합 내에는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와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계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박지원계, 김한길계 등이 존재한다.
과거 계파로 분류됐던 손학규계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정계 은퇴로, 486(40대·80년대학번·60년대생)계는 계파모임이었던 진보행동의 해체로 각각 구심점을 잃었다. 이밖에 호남계와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주당을 지켰던 구당권파도 좌장격 인물이 없어 계파로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 하고 있다.
각 계파에서 현재 비대위원을 맡고 있는 인사는 친노계의 수장인 문재인 의원, 독자적인 계파를 거느린 정세균 의원과 박지원 의원, 김 전 고문의 부인인 민평련의 인재근 의원 등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친노 원로로 분류되지만 이번 비대위를 끝으로 당직을 내려놓는다.
비대위원을 제외한 계파별 후보군으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친노계의 윤호중 의원과 손학규계의 강기정 의원, 김한길계의 주승용 의원(전 사무총장), 손학규계의 양승조 의원(전 최고위원)과 김동철 의원, 민평련의 실질적 수장인 이인영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강기정 의원과 김동철 의원은 광주 최다선(3선) 의원으로서, 계파보다는 호남이라는 상징성이 강하다.
이밖에 반노(반노무현)계의 대표주자이자 전 최고위원인 조경태 의원과 새천년민주당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지낸 추미애 의원도 물밑에서 내년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비대위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이름값과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당내 최대 과제인 계파주의 척결과 혁신을 계파 수장들이 제외된 차기 지도부가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계파간 갈등을 피하기 위해 계파의 수장들을 배제한다고 해도, 실제 전당대회에서 계파갈등이 빚어지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수장이 사라졌다고 해도 현재 거론되고 있는 당권주자들이 각 계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인물들이고, 계파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현 비대위원들 정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계파별 수장이 없는 전당대회에서 계파간 이해관계가 종전보다 격하게 대립할 소지가 크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인위적으로 후보군을 통제하기보다는 최대한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치러 뒷말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차기 전당대회는 내년 2월 8일을 전후해 치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의장은 간담회에서 “2월 19일이 설날이라서 연휴 직전이나 직후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1월 하순이 좋다고 했는데, 1월 31일과 2월 1일이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며 “실무자가 이리저리 알아봤는데, 그때에는 장소가 없기 때문에 2월 8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날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당대회 장소는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 부의장은 잠실체육관 또는 올림픽체조경기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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