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추미애·신경민 주최 '거리 나온 일베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신경민 "더 이상 무시하고 찌질하다고 폄하하는 데 머물 수 없는 수준"
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이른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현상’을 일본의 온라인 우익단체인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 미국의 백인우월주의 테러단체인 ‘KKK(Ku Klux Klan)’의 혐오발화 현상과 비교하며 ‘혐오범죄 처벌법’을 입법화하는 등 사회·정치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추미애·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거리로 나온 일베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일베를 여성, 호남, 동성애자 등 사회·정치적 소수자에 대해 범죄의 영역에 근접한 혐오성 폭력행위를 일삼는 사회병리적 범죄집단으로 진단했다.
이 의원은 일베현상을 해외에서 법률적으로 정립된 ‘증오범죄’의 측면에서 바라봤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사회적 증오나 편견으로 인한 증오범죄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통계나 사회적 대응책에 대해서도 논의를 구체화해나가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미국의 KKK를 사례로 들어 “우리 사회도 일베로부터 확산된 호남, 여성에 대한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은 이미 일베라는 사이트, 온라인의 문턱을 넘은 지 오래”라며 이 같은 현상을 인종, 종교, 나이, 장애, 성별 등을 근거로 사회적 소수자인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공격하는 ‘혐오발화’로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 의원은 1998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벌어진 동성애자 매튜 세퍼트에 대한 살인사건을 계기로 2002년 입법화한 ‘혐오범죄 처벌법’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는 증오범죄를 인종이나 종교, 성별, 민족이나 국적, 성적 지향 등과 관련된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막연한 사회적 불만, 여성에 대한 증오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며 증오와 편견에 기인한 학대나 협박도 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발제에 앞서 토론회 사회를 맡은 신 의원은 이날 자리를 마련하게 된 계기에 대해 “사실 인터넷 세상, 사이버 세상에만 머물던 일베현상이 오프라인으로 거리에 나오게 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일베를) 무시하고, 찌질하다고 폄하하는 데 머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토론에서 “일베현상에 대해서는 법적·제도적 노력과 사회·문화적 노력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드러나는 불법에 준엄하게 법을 적용하고, 집단모욕죄·증오범죄법·차별금지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거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일베현상, 정권의 특성 반영"
아울러 외부전문가로 발제를 맡은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일베현상을 보수의 정통성 문제에서 접근했다.
먼저 이 위원은 우리나라의 보수에게 지켜야 할 현실과 이념적 가치가 없고, 권위주의 시대를 통해 정치권력과 경제력을 장악했지만 그 권력의 전통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또 이 같은 경향성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로 표출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보수세력의 행동주의를 세월호 추모리본 제거운동, 대북전단 살포, 세월호 농성장 폭식투쟁 등 보이는 행동과 국가기관의 권위를 앞세워 시민의 인식을 선동하는 보이지 않는 행동으로 구분했다.
이 위원은 “국방부의 사이버사령부와 함께 국가정보원, 국가보훈처는 대통령 선거에 직접 개입해 사실상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을 했고, 온·오프라인에서 우파 이념을 열성적으로 전파했다”며 “보수정권 재집권이라는 목표를 위해 민주주의 규범을 침해하면서 보이지 않는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서북청년단 재권위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서북청년화한 국가기구가 있었고, 그런 국가기구를 운영하던 세력이 있었던 것”이라며 “서북청년단 재권위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재권위를 통해 얼핏 드러난 보수의 서북청년단화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보수세력이 일탈적 행태를 보이는 배경으로 보수세력의 불만을 지목했다. 좌파세력의 음모로 세상이 흔들린다는 과대망상과 자신들을 대변해줄 세력이 없는 현실에서 기인한 상대적 박탈감, 이념 부재에서 출발한 정통성 결여가 현재 보수세력을 서북청년단 재건위와 같은 극단적 행태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그는 “보수의 타락은 한국사회의 비극이기도 하다. 보수의 각성과 성찰은 보수를 위해서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보수가 지켜야 할 것도 변화하기 때문에 보수 역시 변화하는 보수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보수의 재민주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추 의원도 토론에서 일베현상을 ‘완장주의’ 등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보다는 집단지성과 민주성을 후퇴시킨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추 의원은 “일베현상은 정권의 특징을 반영한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줄푸세’에서 마지막 세, ‘법질서를 세우겠다’, 그건 언제나 노동약자에 대한 것이었다”며 “공권력을 투입해서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불법파업을 장기간 한다, 법을 무시하는 거다’ (해서 탄압하는 게) 법질서를 세운단 논리였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이어 “노동약자를 대하듯 반사회적 행동양식에 정권이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면 이들이 완장을 차고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뒤에 (정권이라는) 백(배경)이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아베정권이 아니었다면 재특회가 일본 시내를 방방곡곡 누비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이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에 애국이라는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일베의)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이라며 “정권의 특징을 반영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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