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란 케이로스와 '불쾌한 추억' 날릴 때 됐다
브라질 월드컵 지역 예선 홈·원정 모두 패
주먹감자 수모까지..18일 평가전 설욕 기회
한국 축구에 카를로스 케이로스라는 이름은 불쾌한 추억이다.
한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이란에 홈과 원정 모두 0-1로 패했다. 특히 홈에서 열린 최종전에서는 경기에도 패한 데다 이란 측의 연이은 비매너로 험악한 분위기까지 연출됐다.
케이로스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한국은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도 끝내 웃을 수 없었다. 조광래의 '레바논 쇼크', 홍명보의 '알제리 쇼크'와 함께 최강희의 '이란 쇼크'는 한국축구의 브라질월드컵 3대 잔혹사로 지금도 회자된다.
한국축구가 불쾌한 그 이름을 다시 만난다. 18일 오후 9시 45분 테헤란 아자디 경기장서 치르는 이란과의 원정 평가전은 단순한 친선경기 이전에 설욕전이자 다가오는 아시안컵을 대비한 전초전이기도 하다.
케이로스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이후 이란축구협회와 연장계약을 맺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무례하고 경박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지만, 감정을 배제하고 '감독으로서의 능력'만 놓고 봤을 때 케이로스는 분명히 실력 있는 지도자였다.
한국을 제치고 이란을 당당히 조 1위로 월드컵에 진출시켰고, 본선에서도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은 했지만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선전했다. 월드컵 준우승팀 아르헨티나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 질식수비와 역습은 월드컵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아시아 팀들 중에서 그나마 최고의 경기였다.
케이로스는 이란을 이끌고 어떻게 하면 전력에서 앞선 강팀들을 이길 수 있는지 요령을 터득했다.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에도 이란은 한국에 전반적인 점유율과 주도권에서는 밀렸지만, 특유의 거친 플레이와 견고한 수비 조직력을 앞세워 한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한 번의 역습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실리축구를 선보였다.
고도의 심리전과 언론 플레이도 케이로스에게는 경기의 일부분이었다. 당시 최강희 감독과 한국 대표팀을 향한 도발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계산된 행동이었다. 상대를 끊임없이 자극해 흥분하게 만들고, 내부적으로는 결속력을 높이려는 술책에 말려든 감도 있다.
한국과 1년만의 재대결을 앞두고 기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케이로스 감독은 14일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를 지켜보고 나서 "요르단이 실패한 경기는 아니다"고 평하면서 오히려 패자를 치켜세웠다. "나와 이란 선수들은 큰 경기 경험이 많다. 한국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축구에게 케이로스와 이란은 청산해야 할 빚과 같다. 대표팀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꼽히는 테헤란 원정에서 아직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내년 아시안컵에서도 어차피 우승을 위해서는 한번쯤 이란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케이로스에게 이제는 한번쯤 한국축구의 매운 맛을 보여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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