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문화 개선안으로 내놓은 게 고작 ‘용사’?
군대 계급 ‘용사’ 일원화 소식에 비판 여론 빗발
사고 예방의 근본은 ‘봉건적 통제구조 문화’ 버리기
계속되는 군내 사고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병영혁신위)가 꾸려져 활동 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병사의 계급을 없애는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해서 핵심을 짚지 못하는 군의 주먹구구식 대책에 군을 포함한 전체 여론이 싸늘하다.
지난 14일 한 매체는 병영혁신위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병영혁신위가 현재 이병, 일병, 상병, 병장 4단계로 나뉜 병사의 계급을 ‘용사’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한 모든 병사를 용사로 통칭하고, 전역을 6개월 정도 남긴 우수 용사는 분대장 격인 ‘용장’으로 선발한다. 또한 최전방 비무장지대(DMZ)에 근무하는 용사는 임무 특성상 ‘전사’라고는 칭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육군은 지난 달 일병과 상병으로 군사 계급을 이원화하고 상병 중 우수자를 뽑아 병장으로 올리는 2.5단계의 계급구조 개선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병영혁신위의 안은 이같은 육군의 안보다 더욱 간소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안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네티즌들은 군 수뇌부가 진정한 병영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고 엉뚱한 데서 답을 찾으려 한다며 비판했다.
네티즌 ‘idrh****’는 “병영문화, 잘못된 계급문화 그리고 징병제에 따른 인력관리 부실(인성파악 등)이 군 폭력을 부르는 것”이라며 “계급장을 없애면 생활관에서는 군번으로 서열을 정할텐데 계급체계를 왜 없애는가”라고 지적했다.
네티즌 ‘kimh****’도 “군대가 말이 아니네. 병사도 엄연히 군인인데 계급장을 떼서 용사, 용장? 무슨 게임도 아니고 병사들 계급장 가지고 장난하는 것은 진짜 아니다”라면서 “그럴거면 간부 계급장도 지워버려라”라고 비꼬았다.
네티즌 ‘pros****’는 “북한군 이등병 계급을 전사라고 하지 않나요?”라면서 “그럼 만약에 전쟁 나면 용사랑 전사랑 한판 붙는겁니까?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한심해서 한숨만 나오네요”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국가를 지키는 것이 존재 목적인 군이 현실성 없는 대책으로 조롱받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306보충대 입영식에 참석해 입영장병 부모들에게 “입대 동기생 분·소대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군 지휘체계가 문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했고 국민들의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군은 이후 각 부대의 생활관마다 수신용 휴대전화를 보급해 병사들이 자유롭게 외부와 소통을 할 수 있게 하겠다며 또 다른 병영혁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또한 먼저 입대한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을 경우 후임병들이 그들에게 휴대전화를 받아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 여론에 비판을 면치 못했다.
군 현장에서는 “계급 없앤다고 병영 사고 안 날까?” 한 목소리로 우려
이렇듯 반복되는 군의 주먹구구식의 병영혁신안에 네티즌 뿐 아니라 현역 군인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에서 근무 중인 김모 대위는 1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그런 용어 몇 개 바꾼다고 병영문화가 바뀔 리가 없는데 계급 명칭을 바꾸는 게 얼마나 먹힐지 모르겠다”면서 “그 전에 군에서는 각 부대마다 다른 동기 개념을 바로 잡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위는 “선후임 개념이 어떤 부대는 3개월 단위로 매겨져 같은 계급이어도 선후임이 있고, 어떤 부대는 1개월 단위, 심지어 모 부대는 하루 단위로 매겨진 곳도 있다”면서 “이것이 전 부대에서 통일되지 않는 이상 얼마나 현실성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후방 부대에서 소대장과 중대장 직책을 수행하고 최근 중위로 전역한 노모 씨 역시 “병영혁신위의 안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 씨는 “군인의 계급이 나눠지게 한 것은 병사가 높은 계급이 됐을 때 그간 고생했던 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순기능이 있다”면서 “계급을 일원화하는 것은 병영사고를 줄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애초에 신체검사를 할 때부터 병무청에서 정신적으로 하자가 있는 사람을 걸러내는 과학적인 시스템 구축이 더 필요하다”며 “군대에 보내야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은 확실히 안 보내는 것이 더 병영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도 봉건적인 통제구조의 병영문화를 뜯어 고치는 획기적인 나오지 않는 한 모든 병영혁신안은 사후약방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군 수뇌부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어떤 안을 내놓더라도 병영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 소장은 “이번 병영혁신위 안이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본질적인 것에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는 군 수뇌부가 기득권을 놓기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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