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손흥민을 프리롤로 활용하면서 공격 자원의 위력을 더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 연합뉴스
이란전 패배를 끝으로 슈틸리케호의 4차례 A매치 실험과 담금질은 끝났다.
내년 1월 호주서 열리는 ‘2015 아시안컵’을 앞둔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한국축구가 내놓을 수 있는 '베스트11' 포함 23명의 선수들을 짜내야 한다.
하지만 원톱 자원이 말라버린 상태에서 공격의 활로를 열고 파괴력을 높여야하는 과제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10~11월 4차례 A매치를 통해 공격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도 드러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드필드 자원이 풍성해졌다는 점이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 확실하게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굳혔고 박주호(27·마인츠)가 멀티 포지션 능력을 발휘하면서 다양한 옵셥으로의 활용이 가능해졌다. 손흥민(22·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의 스위칭을 통한 공격 옵션 역시 위력을 발했다. 좌우 측면 풀백 가운데 어느 선수가 경쟁력이 있는지도 확인했다.
하지만 앞서 거론했듯, 해결할 수 있는 최전방 공격 자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대를 걸었던 이근호는 슈팅과 패스가 한 박자 늦는 바람에 공격의 흐름이 종종 끊겼다. 물론 결정적인 슈팅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박주영(29·알 샤밥)과 큰 차이가 없다.
이근호 대신 후반 교체 출전해 18분 정도 뛴 박주영 역시 존재감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요르단전에서 박주영의 경쟁력과 경기력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이란전은 딱히 말하기 어려웠다. 아무 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 움직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했지만 원톱 자원의 임무는 바로 골을 넣는 것이다. 득점을 하지 못한다면 원톱으로서 존재 가치는 떨어진다.
이동국(35·전북)과 김신욱(26·울산)이 부상으로 아시안컵 출전이 불투명한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의 최전방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아시안컵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전방 공격에 대한 고민은 대회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제로톱 전술'이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와 첫 경기에서 조영철(25·카타르 SC)을 투입하며 제로톱 전술을 구사한 바 있다. 결과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런 제로톱 전술이 위력을 발하기 위해서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제 면모를 찾아야 한다.
이란전에 나섰던 구자철은 경기 감각을 회복하지 못한 듯, 공격의 흐름을 자주 끊었다.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평가받았던 남태희(23·레퀴야)도 중간에 들어온 탓인지 기대만큼 위력적이지 못했다.
가장 득점 감각이 뛰어난 선수는 손흥민이다. 이란전에서 이근호-박주영 등 최전방 공격수들이 대체로 부진했던 가운데 손흥민이 사실상 한국의 공격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흥민은 전반 10분 만에 이청용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며 이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기세를 탄 손흥민은 23분과 39분에도 연이은 중거리 슈팅으로 이란의 문전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손흥민이 전반 시도한 4개 슈팅 중 3개가 유효슈팅이다.
손흥민의 활약은 후반에도 계속됐다.
두꺼운 수비벽을 세운 이란을 상대로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가며 수비수들을 끌어들여 공간을 여는데 주력했다. 이근호-이청용과 콤비를 이뤄 펼친 몇 차례 침투플레이는 비록 골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있는 돌파와 끝까지 볼에 대한 집중력이 돋보였다.
이런 손흥민을 프리롤로 활용하면서 공격 자원의 위력을 더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미드필더 자원은 풍부하기 때문에 다양한 선수 조합을 통한 공격 자원 구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원톱 자원을 K리그에서 찾아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테스트할 A매치 기회도 없다. 현재 있는 자원으로 최상의 공격 조합을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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