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상속세법 부결...예산안 처리 직전 '정회'
김관영 반대토론에 여당도 30여명 반대 또는 기권표
이완구, 우윤근에게 "이게 뭐하는 건가" 정회 요청
국회가 2일 본회의를 열어 2015년도 예산안을 상정했으나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끝난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예상치 못하게 부결되면서, 본회의가 정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6시30분경 개의된 본회의에서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하고 모두 가결시켰다.
하지만 가업승계 시 상속세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속세법 수정동의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14표, 반대 108표, 기권 40표로 부결됐다. 수정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곧바로 정부 원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갔으나, 이 역시 찬성 94표, 반대 123표, 기권 38표로 역시 부결됐다. 여야 간 합의로 통과시키기로 한 법개정 자체가 무산된 셈이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의석에서는 “와”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지만, 새누리당 의석에서는 “이게 뭐냐”, “앞으로 야당하고는 아무 것도 못하겠다. 이제는 야당을 절대 믿지 말라”는 고성과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정의화 국회의장은 야당 의원들에게 “박수치지 말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야당석을 향해 “그럼 반대토론을 해줬어야지 이게 뭐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같은 당 안홍준 의원도 “정말 이해가 안되네”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어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남윤인순 새정치연합 의원의 제안설명이 이어졌지만,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는 “이래서 야당을 못 믿는다”며 대거 본회의장을 나가버렸다.
특히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상기된 얼굴로 자당 의원들 의석을 찾아다니며 “담뱃세도 부결되면 예산안 정부 원안대로 가자”고 독려했고, 이 원내대표는 곧바로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의석으로 다가가 “이런식으로 하면 예산 성립이 안된다. 이런식으로 하면 안된다”며 본회의 정회를 요청했다.
이에 정 의장은 담뱃세 관련 법안 중 하나이자 6번째 의안으로 상정된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찬반토론 이후 표결에 들어가기 직전인 오후 8시경 "교섭단체 대표들의 요청으로 30분 간 본회의를 정회한다"고 선포했다.
그러자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표결을 앞두고 정회를 왜 하느냐. 이게 말이되느냐”며 고함을 질렀고, 야당 의원들도 “왜 정회하느냐!”며 반발했다. 이에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이 합의를 안해주니까 정회하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본회의장에서는 약 5분 간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갔다.
특히 법인세법 수정동의안 표결에서는 새누리당 김용남·안홍준·이노근·이한구·이한성 의원이 반대표를, 경대수·권성동·권은희·김명연·김상민··김성찬·김용태·김을동 의원이 기권표를 던지는 등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가 부결에 힘을 실었다.
이는 앞서 반대토론자로 나선 김관영 새정치연합 의원의 논리가 힘을 발휘하면서 여당의 기권표를 상당수 끌어왔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김관영 논리에 기권 누른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고, 우윤근 원내대표 역시 “상속세는 새누리당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30명 이상이 기권을 했다. 일차적으로 여당이 잘 해야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반대토론으로 사실상 부결사태를 이끈 김 의원은 "말 그대로 사필귀정"이라며 "그래도 양심있는 새누리당 의원 35~40명 정도가 이탈한 것 같다. 국회에 정의와 양심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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