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은 시민구단으로서 FA컵 우승은 물론 K리그 클래식 승격,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확보 등 어려운 가운데 빛나는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2부리그 강등 위기에다 구단주 징계논란으로 우울한 연말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지난 1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오심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이 시장에 대해 징계를 논의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긴 글로 비롯됐다. 이 시장은 지난달 28일 "성남은 올 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한 팀이지만 2부 리그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미래다"며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왜 현실이 됐을까. 바로 잘못된 경기 운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8월 17일 부산전(2-4 패), 9월 20일 제주전(1-1 무), 10월 26일 울산전(3-4 패)을 언급하면서 이들 경기에서 성남이 오심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연맹의 징계 방침이 전해지자 이 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2일 오전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시장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부당한 징계 시도 행위에 대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공정한 경기 운영만이 스포츠팬에게 사랑 받는 일이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지적과 비평은 개선의 밑거름이다"고 주장했다.
또 "심판도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판정에 대한 비판 금지는 경기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한국 축구에만 있는 심판 비판 절대 금지와 같은 절대 금지 성역은 없어져야 한다"고 심판 판정에 대한 비판을 원천 봉쇄한 연맹 규정 철폐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이와 같은 입장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연맹을 향한, 그리고 K리그 심판진에 대한 이 시장의 언행이 건전한 비판의 도를 넘어서 K리그의 존립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이 시장이 문제를 제기한 규정은 헌법 위반의 소지를 안고 있는 독소조항인 것이 사실이다. 문제의 규정은 지난 2011년 10월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1년 제3차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으로 당시에도 구단과 선수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 심판판정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구단과 팬, 그리고 언론의 자연스러운 권리라고도 볼 수 있다. 연맹 역시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해 일축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편파판정 내지 오심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는 말이 포함됐다면 연맹이나 이해 관계자 등의 의뢰를 통해 사법당국에 의해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관련 규정은 연맹 이사회를 통과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인권변호사 출신의 이 시장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고, 한편으로는 장기적으로 볼 때 K리그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문제제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구단주의 심판판정에 대한 비판적 언급을 막은 연맹 규정을 비판하는 대신, 억울함을 호소하는 구단주에 대해 언론에서 비판적 목소리가 높게 들리는 현재의 상황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문제는 현재 이 시장을 향한 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은 정확히 이번 사안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프로축구단의 구단주로서 이 시장의 축구에 대한 애정이나 스포츠에 대한 애정에 진정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 마디로 이 시장의 이번 행동은 언론은 물론 많은 축구팬들로부터 다소 생뚱맞은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축구 팬들은 "이 시장 당신이 언제부터 축구와 K리그에 그토록 애정이 있었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생각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성남 시민구단의 창단 과정에서 이 시장이 보였던 기회주의적 태도 때문이다. 성남FC 전신 성남일화를 안산시에서 인수하려 하자 성남시민들이 들고 일어났고, 결국 시민들의 열정적인 움직임에 당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던 이 시장은 표를 의식한 나머지 시민구단 창단을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 시장을 칭찬했지만 언론이나 축구계에서는 새로이 탄생한 성남시민구단을 이 시장이 ‘울며 먹는 겨자’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 전에도 이 시장은 성남시의 재정이 파탄 났다고 선언하면서 15개였던 성남시 스포츠팀 수를 3개팀으로 줄였다. 이 결정으로 나머지 12개 스포츠팀 멤버들을 졸지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시켰다. 해체된 팀들 가운데는 현재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된 안현수가 소속되어 있던 쇼트트랙 팀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이 시장이 15개이던 성남시 스포츠팀을 3개로 줄이면서 절감한 시 예산은 연간 60억 원 정도 수준이었다.
이 시장은 지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프로야구단 유치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그가 기본적으로 야구에 대단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일을 추진했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지닌 사람이었다면 고양 원더스가 해체됐을 때 그렇게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현재도 엄연히 존재한다.
참고로 성남시는 2013년 말 기준으로 지방재정 자립도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2014년 시 예산이 2조 2000억 원이 넘는다.
결국 이 시장이 오히려 언론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의 이면에는 성남시민들의 표를 의식한 지극히 정치적 행동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시장은 억울함만을 호소할 게 아니라 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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