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이재명 성남 구단주…이젠 판 걷을 때다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4.12.07 12:45  수정 2014.12.08 09:57

질 수 없게 판 짠 이 구단주 완승..불합리성 꼬집은 것으로도 목적 달성

K리그 구단주와 일원으로서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이 성남FC에도 이득

성남FC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이 5일 축구회관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개최한 상벌위원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성남FC 이재명 구단주(성남시장)가 자신의 SNS에 남긴 K리그 심판판정 비판성 게시물로 촉발된 징계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프로축구연맹은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재명 구단주가 SNS를 통해 K리그 명예 훼손 논란을 일으킨 성남FC에 경고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조남돈 상벌위원장은 “상벌규정 제17조 기타 위반사항 프로축구 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구단주가 상벌위에 자진 출석해 진솔하게 앞으로 프로축구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시민구단으로서 어려운 여건에도 그동안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경고 처분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구단주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성남은 올 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한 팀이지만 2부 리그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미래”라며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왜 현실이 됐을까. 바로 잘못된 경기 운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17일 부산전(2-4 패), 9월 20일 제주전(1-1 무), 10월 26일 울산전(3-4 패)을 예로 들며 오심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 언론은 이 구단주의 이 같은 언급이 연맹 경기 규칙 제3장 36조 5항(심판 판정에 대해 공식 인터뷰나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는 경로를 통한 언급을 금지한다)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K리그의 근간을 흔드는 상식 밖의 언사라고 비판했다. 연맹 역시 지난 1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같은 규정을 근거로 이 구단주에 대해 징계를 논의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 구단주가 반격에 나섰다. 지난 2일 오전 성남시청 율동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맹의 부당한 징계 시도 행위에 대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사상 최초의 구단주 징계 시도를, 성남 FC와 100만 성남 시민에 대한 선전 포고로 받아들이고 연맹과 전면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징계 근거로 내세운 연맹 규정에 대해 "절대 말하면 안 된다? 그런 것은 없다. 어떻게 심판 판정에 대해 언급을 안 할 수 있나.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프로축구 심판 판정에 대해 언론 외에는 언급하면 안 된다'고 확정을 지은 것 같다"며 "기자가 기사를 써야지 왜 공격을 하는가. 또 왜 나에게 사과를 하라고 하는가? (기자가) 축구 연맹인가. 왜 사과를 요구하는가. (언론은) 지적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자신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 구단주는 5일 상벌위 출석에 앞서 밝힌 입장에서도 “리그가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글을 올린 것이 어떻게 연맹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냐”며 “내 글이 징계 사유가 된다고 판단한다면 차라리 제명하라고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연맹은 이 구단주 개인이 아닌 성남 구단에 대해 경고의 징계를 결정했다.

연맹 상벌규정 8조 징계 유형에 따르면 임직원(선수, 코칭스태프 제외한 모든 구단 관계자)에 대한 징계는 해당 구단으로 부과하게 돼 있어 이 구단주 개인이 아닌 성남 구단에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구단에 대한 징계는 경고·제재금·제3지역 홈경기 개최·무관중 홈경기 개최·승점 감점·하부리그 강등 구단 권리행사 제한 등의 순으로 수위가 높아진다. 이번 연맹의 성남 구단에 대한 징계는 가장 가벼운 징계에 해당되는 셈이다. 이 같은 연맹 결정에 대해 이 구단주는 연맹 징계 결정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단순 경고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다. 재심 청구는 물론이고 법정 투쟁을 통해서 반드시 연맹의 잘못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에 연맹이 이재명 구단주의 SNS 게시물을 문제 삼아 성남 구단에 내린 ‘경고’는 사실상 징계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징계다. 이 구단주가 상벌위에 자진 출석해 진솔하게 앞으로 프로축구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시민구단으로서 어려운 여건에도 그동안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경징계 결정을 내렸다는 연맹의 설명은 어딘지 궁색해 보인다.

연맹은 이번 징계 결정으로 이 구단주나 성남 구단과 경징계와 사과의 교환 정도로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지으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구단주의 불복 입장과 법정투쟁 불사 입장 표명으로 자칫 그 끝을 알 수 없는 기나긴 싸움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시장의 ‘처분’에 따라 사태가 조기에 일단락 될 수도, 장기화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이유는 간단하다. 성남 구단의 공식 입장도 아닌 이 시장의 개인의 의견피력을 일부에서 ‘침소봉대’한 것을 연맹이 그 분위기에 편승해 ‘경거망동’ 한 결과다. 이번 싸움을 시작할 당시부터 이 시장이 패할 확률은 제로(0)에 가까웠다. 오랜 기간 인권변호사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활약해 온 그의 관록이 질 수 없는 판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 이 구단주가 SNS에 문제의 게시물을 올릴 당시 이 시장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은 무시와 비웃음이었다. 이 구단주의 문제제기를 연맹이나 언론이 철저히 무시하고 한 번 비웃는 것으로 일축했다면 이 구단주의 언급은 ‘뭣 모르는 시민구단주’의 철없는 언사 정도로 일단락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도와는 달리 이 구단주는 현재 성남 팬들에게 영웅대접을 받고 있다.

축구계나 축구팬들 사이의 여론도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 구단주는 무승부가 아닌 완승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이 구단주는 자신의 태도에 따라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미리 알고 싸움을 펼쳐왔을 가능성이 높다. 판을 미리 다 읽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반면 연맹은 그런 ‘타짜’ 앞에서 당하기만 했다.

앞으로 싸움의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시간은 이 구단주의 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심판판정에 대한 비판을 금지한 연맹 규정이 분명 위헌의 소지가 있는 ‘문제 규정’인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와 같은 규정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구단주는 여기에서 싸움을 멈춰야 한다. 이 구단주가 싸움을 계속하면 계속할수록 K리그는 물론이거니와 그가 구단주로 있는 성남에도 좋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심판판정에 대한 언급을 금지한 연맹 규정의 불합리성을 드러내다는 점 하나로 이 구단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이쯤에서 이 구단주가 한 걸음 양보해 이 같은 비정상적인 징계사태에 마침표를 찍는 결단이 필요하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재훈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