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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최대어 황희찬, 씁쓸한 해외진출 '생태계 흠집'


입력 2014.12.24 09:24 수정 2014.12.24 09:29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포항 우선지명 받았지만 2주 만에 잘츠부르크와 계약

6년간 키워준 포항과 사전협의 NO..K리그 나쁜 전례

황희찬이 포항행을 거부하고 잘츠부르크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FC잘츠부르크 홈페이지 캡처)

자신의 이익만 쫓아간 어린 선수의 욕심이 K리그 유소년 시스템에 흠집을 냈다.

포항 스틸러스의 우선지명을 거부하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무단으로 계약한 황희찬(18) 얘기다. 고교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던 황희찬은 지난 6년간 K리그 포항 스틸러스의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성장했다. 황희찬은 지난달 13일 포항 구단이 황희찬을 우선 지명, 프로행이 기정사실화 됐다.

그런데 불과 2주 만에 포항이 아닌 잘츠부르크와 계약을 맺으며 유럽으로 떠났다. 우선 지명구단인 포항과의 사전 합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희찬의 사례는 지난해 류승우(21·레버쿠젠/브라운슈바이크 임대)를 연상케 한다. 지난 2013년 제주 유나이티드의 우선지명을 받았던 류승우는 일단 제주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지만, 곧바로 임대 이적 형식을 빌려 레버쿠젠으로 떠났다.

모양새는 좋지 않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류승우와 제주 모두 나름의 실리를 챙겼다. 류승우는 꿈에 그리던 유럽 진출에 성공했고, 독일무대에서 브라운슈바이크로 재임대 되며 최근 7경기 연속 선발출전 등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제주는 류승우가 성공할 경우 완전 이적을 통한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유럽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유망주를 향후 즉시 전력감 혹은 또 다른 이적 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손해가 없다.

황희찬은 류승우처럼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대안을 찾은 게 아니라 규정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당초 포항도 류승우와 제주의 사례처럼 일단 황희찬을 입단시킨 후 규정에 따라 해외진출을 도우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희찬은 이를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해외 구단과 협상을 진행했다.

유소년 선수가 다른 프로 구단에 입단할 때는 반드시 원 소속팀 동의를 얻어야 이적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규정을 깨고 해외로 나가버린 만큼 황희찬은 향후 국내로 돌아오더라도 포항의 동의 없이는 어떤 팀에도 뛸 수 없다.

황희찬을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게 해준 것은 어쨌든 포항의 유소년 시스템이고 더 궁극적으로는 K리그와 한국 축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당장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자적으로 판을 깨버리는 비정상적인 행위를 저질렀다. 이는 황희찬 개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나쁜 전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K리그 구단들은 장기적으로 유소년 투자에 대한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다. 유망주들을 기껏 키워봐야 해외 구단에 빼앗기게 되고 K리그의 위상은 어린 선수들에게 그저 잘해봐야 '보험용'이나 무시해도 되는 리그 정도로 만만하게 취급되기 십상이다. 이것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어린 선수 본인보다 그 주변에서 바람을 불어넣는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손흥민이나 이승우처럼 어린 나이에 해외무대에 나가서 주목받는 사례를 보면서 장밋빛 시나리오를 꿈꾸지만, 그만한 자질에 대한 검증이나 사전 준비도 없이 맹목적인 해외무대 동경은 독이 될 수 있다.

손흥민과 이승우의 사례는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다. 그보다 성급하게 해외진출을 추진했다가 빛도 못 보고 조용히 사라져버린 수많은 유망주들의 시행착오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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