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만난 지성 황정음, 이번엔 힐링 로코로 킬?
KBS2 '비밀' 이후 1년 여 만에 재회
재벌 3세 환자·정신과 의사로 호흡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뭉쳤다. 배우 지성과 황정음이 MBC 새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다시 만났다.
'킬미 힐미'는 심리 다중 인격장애를 앓는 재벌 3세와 정신과 의사의 로맨스를 그릴 로맨틱 힐링 코미디로, 지성과 황정음이 지난 2013년 말 인기리에 종영한 KBS2 '비밀' 이후 또 한 번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제작진도 탄탄하다. '스캔들', '에덴의 동쪽' 등의 김진만 PD와 '내 인생의 황금기', '호텔킹' 등을 만든 김대진 PD가 공동 연출한다. 대본은 '해를 품은 달'로 시청률 40%를 돌파한 진수완 작가가 맡는다.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끔찍한 상처를 받은 남자 차도현은 자신의 고통을 대신 받아줄 인격을 만들어낸다. 무려 7개의 인격을 지닌 그는 스트레스와 압박이 커질 때마다 천재 소년, 과격한 여고생, 사투리를 구사하는 사제폭탄 전문가, 일곱 살짜리 소녀 등으로 변한다.
잘생긴 재벌 3세지만 자존감은 지극히 낮은 그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도현의 비밀 주치의인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1년 차 오리진은 아무도 몰랐던 도현의 상처를 어루만져준다. 드라마는 두 사람을 통해 말한다. 인간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백신은 결국 '위로'와 '사랑'이라는 것을.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 PD는 "7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며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소재이고 장르"라며 드라마를 소개했다.
이어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비밀에 싸인 가족사를 통해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며 "로맨틱 코미디 속에 액션, 브로맨스 등이 녹아 있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킬미 힐미'는 오는 21일 첫 방송될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와 맞붙는다.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는 '다중 인격'이라는 비슷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
"소식을 듣고 당황했다"는 김 PD는 "소재는 같지만 주제가 다르다"며 "우리 드라마에는 코믹적인 요소와 절절한 로맨스가 잘 버무려져 있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방송 전 불거진 캐스팅 논란과 관련해서는 "지금의 배우를 만나기 위해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며 "출연 배우들은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말했다.
배우 지성이 7개의 인격을 가진 차도현으로 분한다. 고도의 연기력을 요구하는 캐릭터를 맡은 지성의 어깨가 무거울 만하다.
지성은 "아직 7개의 인격을 모두 만나지 못했다"며 "7개 캐릭터를 아무리 잘 소화한들 중간 정도까지만 갈 것 같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차도현이 어떤 상처를 받아 인격이 분리됐는지와 그가 지닌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겠다"고 덧붙였다.
7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극의 중심이 지성에게 쏠릴 법하다. "제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저만 돋보이진 않아요. 오민석(차기준)의 날카로운 눈빛에 기가 죽고, 박서준(오리온)의 발랄함에서 힘을 느껴요. 황정음(오리진)과는 한 차례 호흡을 맞춰본 적 있어 익숙하고요. 배우들이 다 같이 빛나지 않으면 차도현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결국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격려, 위로, 사랑이라는 거죠. 상처받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합니다."
도현의 상대 역인 오리진은 황정음이 연기한다. 지난해 10월 종영한 SBS '끝없는 사랑' 이후 약 3개월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황정음은 "오랜만에 신나게 연기하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이번에 그가 맡은 오리진은 발랄하면서 엉뚱한 캐릭터다. 황정음의 실제 성격과 꼭 맞는 듯하다. "그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쉴새 없이 달린 것 같아요. 그런데 연기라는 게 제가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를 맡아 즐기고 싶다고 생각했죠."
밝은 모습을 보노라면 2009년 방영한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황정음이 떠오른다. "'그때는 26살이었는데 지금은 32살이에요. '골든타임'(2012)에서 의사를, '비밀'(2013)에선 애틋한 사랑을 연기했어요. 내공이라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예전보다 나아진 부분을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이번 드라마에서 재회한 지성과 황정음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성은 "황정음과 로맨틱 코미디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돼서 기쁘다"고 미소 지었다.
황정음은 "'비밀'이 제 첫 멜로 작품이었는데 지성 오빠가 잘 끌어줬다"며 "지성 오빠와 인연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배우 박서준은 오리진의 쌍둥이 오빠인 천재 추리소설가 오리온으로 분한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tvN '미생'에서 강 대리로 출연했던 오민석이 도현의 육촌 형 차기준 사장을 맡았다.
이들 외에 김영애, 심혜진, 김용건 등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중견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7일 오후 10시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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