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야수 강정호(28·피츠버그)의 올 시즌 숙제는 ‘살아남기’다.
강정호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각), 단독 협상을 벌인 피츠버그와 4년간 1100만 달러(약 118억원)에 계약했다. 여기에 5년째에는 바이아웃 100만 달러 또는 연봉 550만 달러의 옵션이 추가됐다.
하지만 당장 주전 자리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강정호는 일단 백업 멤버로서 내야 주요 포지션에 투입될 전망이다. 실제로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 역시 계약 직후 피츠버그 지역지와의 인터뷰서 "그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일은 없다"며 "다만 강정호는 머서, 워커, 해리슨이 주전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헌팅턴 단장은 "유격수뿐만 아니라 2루와 3루수 수비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강정호를 내야 유틸리티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맨은 풍성한 인재풀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다. 따라서 강정호가 평균 정도의 수비력만 선보인다면 빅리그 연착륙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강정호는 파워까지 갖춰 승부처 대타 요원으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유틸리티맨은 단연 미네소타의 내야수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다. 그는 지난해 133경기에 나와 타율 0.275 6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비록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해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그의 진가는 수비에서 두드러졌다.
에스코바는 주 포지션인 유격수에서 98경기를 소화했고, 3루수(25경기), 2루수(9경기)는 물론 외야수로도 3경기나 나서 감독으로부터 가장 소중한 존재로 부각됐다. 결국 그는 지난해 CBS 스포츠가 선정한 최고의 유틸리티맨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강정호의 포지션 변경도 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강정호는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루수로 변신해 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긴 바 있다. 또한 이번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2루수 포지션도 익힐 예정이다.
현재 애리조나에 전지훈련장을 차린 넥센 염경엽 감독은 “강정호에게 2루 수비 요령을 가르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염 감독은 현역 시절, 유격수와 2루수를 번갈아 보던 대표적인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리고 강정호 앞에는 험난한 주전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유격수 자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포지션도 익혀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강정호가 ‘거포 유틸리티’로서 희소성의 가치를 드높일지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개막이 기다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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