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이라크, 8년 만에 재회…황금세대 무장한 복병
난타전 끝에 승부차기로 우승후보 이란 제압
8년 전 한국에 패배 안긴 복병, 방심은 금물
55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의 4강 상대는 모두가 예상했던 이란이 아닌 이라크로 결정됐다.
이라크는 23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과 연장 접전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7-6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이번 대회 최고 명승부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박진감이 넘쳤다. 이라크가 달아나면 이란이 끈질기게 쫓아가는 양상이 계속됐고, 승부차기는 무려 8명의 키커가 숨 막히는 접전을 벌인 뒤에야 승부가 갈렸다.
한국으로선 최상의 결과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던 이란을 피하게 된데 이어 일본도 아랍에미리트(UAE)에 덜미를 잡혀 탈락해 우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4강에 오른 3팀 가운데 전력상으로 한국을 위협할 만한 적수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이라크는 8년 전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바 있는 복병이다. 2007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4강전에서 이라크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무릎을 꿇었다. 이 대회에서 이라크는 결승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꺾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게다가 이라크는 2013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 ‘황금세대’를 중심으로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최근 전력에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2승 1패를 기록하며 일본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했고 3골을 넣는 동안 1골만을 내주며 안정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물론 한국 팀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만 해도 한국은 월드컵과 달리 아시안컵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시안컵에 대한 선수들과 언론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우승을 향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라크는 한국이 정상적인 전력을 가동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4위로 한국(69위)에 비해 낮다.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은 6승 10무 2패로 앞서 있다. 가장 최근 대결은 2009년 3월 28일 열린 친선경기로 한국이 2-1로 이겼다.
이라크의 최대 장점은 중원이다. 야세르 카심이 전체적인 경기를 조율하는 가운데 2013 아시아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젊은 피’ 알리 아드난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킨다.
공격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유니스 마흐무드과 오른쪽 측면 공격수 아흐메드 야신이 한국의 골문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A매치에 무려 130경기에 나선 이라크 축구의 전설인 마흐무드는 총 51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이 있지만, 풍부한 경험과 결정력은 위협적이다.
그러나 이라크는 이란과 120분 혈투를 벌인데 이어 승부차기까지 펼치면서 체력소모가 컸다. 한국보다 휴식일이 하루 적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다. 무엇보다 ‘전술의 핵’ 카심이 이란전에서 경고를 받으면서 한국과의 4강전에 나설 수 없게 돼 전력에 큰 구멍이 났다.
한국 또한 이청용, 구자철의 이탈로 첫 출항 당시보다 전력이 크게 약화된 게 사실이지만, 방심하지 않고 전력을 다한다면 무난한 승리가 기대된다. 슈틸리케호가 1988년 이후 27년 만에 결승진출과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우승이라는 쾌거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과 이라크의 4강전은 오는 26일 오후 6시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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