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때 그 시절'…복고 영화 열풍

부수정 기자

입력 2015.02.04 09:30  수정 2015.02.04 09:36

'국제시장'· '강남 1970'· '쎄시봉' 개봉

7080 향수·감성 자극해 관객 발길 이어져

최근 영화계에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은 영화 '쎄시봉'의 스틸. ⓒ CJ엔터테인먼트

스크린이 추억여행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거친 아버지 덕수(황정민)의 삶을 그린 '국제시장'이 관객 수 1200만명을 돌파한 것을 시작으로, 1970년대 강남을 배경으로 한 '강남 1970'이 개봉 관객 18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몰이 중이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허삼관'과 오는 5일 극장에 걸리는 '쎄시봉' 역시 과거를 그린 복고 영화다. 올 하반기 개봉을 앞둔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이석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히말라야'는 엄홍길 대장이 2005년 겪었던 실화를 배경으로 하며, 곽재용 감독의 '시간이탈자'는 1980년대와 현재가 교차하는 형식을 갖췄다.

개봉 28일 만에(1월 1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은 과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담은 장면이 많아 중·장년층의 큰 공감을 얻었다.

일찍 가장이 된 덕수가 서울대에 합격한 동생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파독 광부에 지원하는 모습, 동생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베트남전 기술 근로자를 지원하는 장면 등은 '그때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하정우가 연출자와 배우로 1인 2역에 나선 '허삼관'은 1950~60년대 충남 공주를 배경으로 했다.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가족들 덕분에 행복하던 남자 허삼관이 11년 동안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긴 일들을 코믹하면서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국제시장'이 역사적 사건을 통해 부성애를 그렸다면, '허삼관'은 세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아버지의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 이는 아버지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그 시대의 의상과 미술, 소품을 작품 전반에 배치한 것도 낭만과 감성을 깨운다.

1월 21일 개봉한 이민호 김래원 주연의 '강남 1970'은 황무지 같았던 1970년대 강남에서 개발이 시작된 땅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렸다.

무허가 판자촌에서 넝마주이 생활을 하는 고아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는 우연한 계기로 조직폭력배가 된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서울의 중심을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기는 '남서울 개발계획'을 추진한다. 대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땅 투기인 것.

최근 영화계에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은 영화 '강남 1970'의 스틸. ⓒ 쇼박스

영화는 강남땅을 둘러싼 이권 다툼 속에서 가진 것 없이 권력에 소비되는 밑바닥 청춘과 욕망·폭력으로 가득한 70년대 시대상을 표현했다. '제3한강교'(혜은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이장희), '아낙(Anak·필리핀 가수 프레디 아길라)' 등 추억의 음악들이 흘러나와 시대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도 특징이다.

쇼박스 홍보팀 관계자는 "'강남 1970'은 기존 복고 영화와는 달리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며 "그 당시 세대들이 겪은 어려움이 나와 중·장년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한 '쎄시봉'은 아련한 첫사랑을 담은 청춘 영화이자 음악 영화.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을 배출한 전설의 듀엣 '트윈폴리오'의 탄생 비화와 그들의 '뮤즈'를 둘러싼 러브스토리다.

'쎄시봉'은 복고 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제작진은 '쎄시봉'의 포크음악과 패션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하얀 손수건'(트윈폴리오), '담배가게 아가씨'(송창식), '딜라일라'(조영남),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이장희) 등 당시 명곡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영화의 장면들과 어우러진다.

또 미니스커트, 쇼트 팬츠, 청바지 등 당시 유행을 반영한 의상은 1970년대 무교동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영화계의 이 같은 복고 열풍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쇼박스 관계자는 "팍팍하고 힘든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옛 시절을 그리워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대중을 '힐링'하려는 콘텐츠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대극은 기존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새로운 소재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영화 홍보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이사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그간 시대극이 일제 시대나 한국 전쟁을 주로 다룬 반면, 최근에는 다양한 시대의 숨겨진 이야기를 보여준다"며 "특히 1990년대 후반을 공간으로 하는 영화가 나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복고 영화의 미덕이다. 강 이사는 "과거에 대한 낭만과 향수가 관객들의 가슴을 건드린다"며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 타깃 관객 폭이 넓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복고 영화는 관객층이 다채롭고,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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