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민심이반 알면서도 골프 운운 '강심장'

최용민 기자

입력 2015.02.08 10:09  수정 2015.02.08 10:14

<기자수첩>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세금 문제가 핵심 '헛다리만 안짚어도'

골프활성화 방안으로 소비세 감면이 검토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연합뉴스

"골프 활성화에 대해서도 방안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 앞서 10분가량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연말 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논란 등으로 연일 지지율이 바닥을 경신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 귀를 의심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10월에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을 거론하며 "골프대회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골프대회이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데 (제가) 거기 또 명예회장으로 있다"며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 그런 큰 대회도 열리는데 '골프가 침체돼있다, 활성화를 위해서 좀 더 힘을 써 달라'는 건의를 여러 번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곧 바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별소비세 등을 거론하며 "국내에서 골프 관련해서 말씀하신 대로 너무 침체돼 있어서 사실은 해외에 가서 많이 하지 않느냐"고 언급했고 박 대통령은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재차 밝혔다.

최 부총리의 말은 골프치는 사람들이 세금 때문에 해외가서 골프치니 국내에서 골프칠 수 있도록 개별소비세를 내리겠다는 말이다. 기자는 청와대가 배포한 자료를 보는 순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민들은 연말 정산 꼼수로 정부가 증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골프활성화를 위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발언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을까?

특히 최 부총리의 이번 발언이 지난해 연말정산 논란과 건강보험료 개선안 중단 등으로 민심이 크게 이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최 부총리의 상황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이 한마디했다고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 있는 발언을 아무 생각없이 던지는게 부총리의 자세는 아닐 것이다. 경제부총리는 우리나라의 모든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는 경제팀장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더욱이 이번 발언 전날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 취임 일성으로 '복지 없는 증세'는 불가능하다며 세금에 대한 현 정부 기조에 대해 비판하고 나선 상태였다. 이후 세금 문제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논란을 거듭하고 있어 최 부총리는 발언을 좀 더 신중하게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는 현재 '증세 없는 복지'를 할 수 있다고 장담해 놓고 담뱃값 인상이나 연말정산 처리 등으로 실질적으로 서민을 대상으로 증세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는 상태다. 이 때문에 민심은 싸늘하게 식었고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미 30% 아래까지 내려갔다. 전통적 지지층인 영남과 60대 이상에서도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활성화를 위해 개별소비세를 내리겠다는 말은 국민을 등 돌리게 만드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당장 서민들에게는 증세하고 골프치는 소수를 위해서는 감세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이번 발언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현 정부를 지지했는데 이번 발언을 계기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등 민심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정부는 골프활성화를 통해 내수기반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소수의 사람들이 골프를 많이 친다고 해서 내수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이들을 위해 세금까지 감면하겠다고 하니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는 힘들어 보인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활성화는 골프치는 소수를 위한 정책으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 더욱이 복지확충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 아니다 정치권에서 연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활성화를 위해 세금을 감면한다는 것은 헛다리를 짚어도 너무 짚었다. 정부는 헛다리 짚지 말고 정부 정책을 한곳으로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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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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