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의 반란’ 한국전력 반전 드라마, 팬들은 즐겁다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입력 2015.03.01 17:03  수정 2015.03.02 09:55

지난 시즌까지 10시즌간 5차례 꼴찌, 대 반격

‘21승 11패’ 3위 지키며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

프로배구 한국전력이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주말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가 SBS의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 4’다. 프로그램 자체의 재미 때문이기도 하고, 참가자들의 놀라운 노래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그들의 노래와 버무려지면서 큰 감동을 선사한다.

그 가운데 여성 참가자 4명으로 구성된 ‘스파클링 걸스’가 결선인 톱10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랭킹 오디션에서 부진했던 이들 4명은 이후 팀 미션에서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함께 팀 미션을 하자는 제안을 받지 못했다.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4명이 ‘스파클링 걸스’란 이름으로 의기투합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훌륭한 무대를 펼쳐냈고,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이끌어내면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이들이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이유는 이들의 톱10 진출이 이른바 ‘꼴찌의 반란’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위 ‘만년 꼴찌’로 분류됐던 팀이 어느 시즌에 갑자기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연전연승을 이어가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 팬들은 열광하고 즐거워한다.

최근 여자 프로농구 무대에서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춘천 우리은행도 위성우 현 감독 부임 이전까지 4시즌 연속 꼴찌의 수모를 겪었던 팀이다. 우리은행이 지난 2012-13 시즌 연승을 이어가며 선두를 질주할 때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나타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했다. 그들 역시 꼴찌의 반란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 무대에서도 꼴찌의 반란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전력이다.

한국전력은 26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NH농협 2014-1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14, 25-20, 22-25, 25-22)로 승리하면서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이로써 시즌 21승 11패(승점 59)를 기록하며 3위 자리를 지킨 한국전력은 최소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다.

한국전력이 남은 4경기에서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고, 5위 현대캐피탈(14승 17패 승점 46)이 남은 5경기에서 승점 15를 얻어 61점으로 3위에 오르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최소한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다. 4위로 밀린 한국전력이 3위 현대캐피탈과 승점에서 2점 밖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한국전력이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당장 다음 달 2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승리하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고 정규리그 2위팀과 3위팀이 벌이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도 있다.

한국전력이 지닌 꼴찌의 역사는 아마추어 시절인 ‘백구의 대제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공기업으로서 수준급 선수 영입에 필요한 자금 동원에 한계가 있었던 한국전력은 아무래도 선수 구성 면에서 열세일수 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최약체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다.

프로배구 V리그가 출범한 이후에도 한국전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역시 선수 수급의 문제가 가장 컸다. 특히 다른 팀들과 전력상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만년 꼴찌후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까지 10시즌에서 5차례나 최하위에 그쳤다. 한국전력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정규리그 4위를 차지했던 지난 2011-12시즌 단 한 번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한국전력은 구단의 든든한 지원 아래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인 전광인을 비롯한 젊고 패기 넘치는 선수들과 하경민, 방신봉 등 백전노장 선수들의 풍부한 경험이 어우러진 절묘한 신구조화가 놀랍기만 하다. 여기에 그리스 출신의 수준급 외국인 선수 쥬리치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무서운 팀으로 변모했고, 결과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한국전력의 약진은 단순히 운이 좋았다거나 간신히 얻어낸 성과가 아니라 시즌 내내 꾸준히 수준급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얻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시즌 개막 전 언론에서 한국전력을 ‘다크호스’라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립 서비스’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 한국전력은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진짜 다크호스가 되어 있다.

V리그 전통의 강호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이미 한국전력보다 낮은 순위에 있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화재나 2위 OK저축은행도 한국전력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다가오는 포스트시즌 배구 팬들은 이번 시즌에도 삼성화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지 여부에 관심을 갖겠지만 그 보다는 한국전력이 써내려 가는 꼴찌 반란의 드라마가 어떤 결말을 맺을 지에 더욱 더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꼴찌의 반란이라는 드라마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팬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원하기 때문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재훈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