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뜨거운데 새정치 "정책 실패"만 되풀이
당대표 정청래까지 나서 최경환 발언 지지 나섰지만
재계 반발 여당 이상기류에도 전략없이 "실패 인정하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활성화'를 주문하자 재계가 반색을 표하면서 임금 인상 첫걸음부터 제동이 걸린 가운데, 그간 최저임금 인상을 주창해온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렇다 할 전략 없이 정부정책 비판에만 매진하는 모습이다.
앞서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강연에서 “근로자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야 내수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일단 새정치연합에서는 한 목소리로 환영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반가운 얘기”라며 “나와 우리 당이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 옳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받아들이고 추진한다면, 우리 당은 관련 입법이나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최 부총리에 힘을 싣기도 했다.
평소 ‘당 대포’로 일컬어지며 정부여당을 향해 비난을 이어왔던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날 최 부총리를 향해 “고무적 발언”이라며 긍정 평가했고, 추미애 최고위원 역시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며 “우리 기업을 위해서도, 나라 재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의 경우, 비정규직 및 임금인상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고 전당대회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만큼, 같은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경제전반의 선순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문제는 새정치연합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실제로 밀고나갈 구체적 전략보다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야 당정 간 협의를 통해 정책 실행에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재계의 반발이 벌써 시작되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뚜렷한 전략 없이는 사실상 임금 인상을 밀고 나가기 어렵다.
당장 기업의 임금·노사 문제를 총괄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임금을 올릴 경우 1.6% 범위 내에서 인상하라”는 내용의 ‘2015년 임금조정 권고’를 발표하고 나섰다. 이는 지난 2010년 ‘임금 동결’을 권고한 경우를 빼고는 경총이 제시한 권고 중 가장 적은 수치다. 정부와 정치권의 임금 인상 제안을 바로 다음날 거부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새정치연합은 구체적인 전략은 내놓지 못한 채, 정부 정책 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수장이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했다고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고, 문 대표 역시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라”고 날을 세웠다.
오영식 최고위원도 “지금까지의 경제상황을 평가해 볼 때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일관해왔던 정부정책, 그러면서 아랫목 따뜻하면 윗목 따듯해 질 것이라고 하는 새누리당 입장과 정책은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비판하는 데 그쳤다. 정치권 안팎으로 새정치연합이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여야가 최저임금 인상 자체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임금 인상폭을 두고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정책 실행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제시한 임금인상 요구안에 대해 “조금은 높은 편"이라며 "실질적인 임금인상률은 사업장 단위에서 노사가 협상을 통해서 이뤄진다. 경총은 많아봤자 3%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반면 이인영 의원은 "재계는 어렵다는 얘기만 할 것이 아니고 우선 재계가 좀 더 양보하는 자세를 취했으면 한다"면서 "노동계도 마찬가지로 고임금 노동자들은 인상폭을 완화하더라도 저임금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지혜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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