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사구’ 구시대적 발상이 빚은 참극?
한화 이동걸, 고의성 다분한 사구로 퇴장
한화 팀 분위기 쇄신? 변명거리 못 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투수 이동걸(32)이 롯데 황재균(28)에 대한 사구(死球)로 퇴장당했다.
롯데는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와의 홈경기서 경기 초반 대량 득점에 성공하며 15-3 대승을 거뒀다.
일찌감치 승부가 갈리며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경기는 잇따른 사구로 인한 벤치클리어링으로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작은 4회초에 나왔다. 한화의 바뀐 투수 김민우 투구에 맞은 황재균은 아무런 사과 제스처가 없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다시 5회에 타석에 들어서며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한화의 이동걸-허도환 배터리는 1구부터 몸쪽으로 바짝 붙였고 결국 3구째 허리를 강타 당한 황재균은 어이없다는 듯 쓴 미소를 지으며 투수에게 다가갔다. 결국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오는 벤치클리어링이 약 2분간 벌어졌고, 심판진은 합의를 거쳐 이동걸의 퇴장을 명령했다.
누가 보더라도 고의성이 다분한 사구였다. 그리고 야구팬들은 한화의 사구가 나오게 된 배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실 황재균에 대한 사구는 구시대적 야구 개념에 비춰봤을 때 예고된 사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재균은 주말 3연전의 시작이었던 지난 10일 경기서 8-2로 앞선 6회말, 2루타 후 3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야구의 불문율을 어긴 것 아니냐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실제로 양 팀 주장 최준석과 김태균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황재균은 이날 1회초부터 점수가 7-0으로 벌어지자 다시 도루를 시도했다. 한화 선수들의 신경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고, 우려대로 연속된 사구가 나왔다. 야구의 불문율 가운데는 대승을 거두고 있을 때 과도한 세리머니나 상대를 자극하는 플레이를 자제하라는 암묵 합의가 있다. 과거에는 이를 어겼을 때 그날 활약한 선수 또는 4번 타자에게 어김없이 빈볼이 날아들곤 했다.
한화 입장에서 벤치클리어링을 의도적으로 유도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한화는 10일(금) 경기서 통한의 역전 끝내기 안타를 맞고 경기를 내준 바 있다. 이틀 뒤에는 마운드가 무너지며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다. 분위기 전환 또는 팀의 단합을 위해 사구 지시가 내려왔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모두 구시대적 발상에 의한 보복행위일 뿐이다. 물론 한화의 고의성 여부는 어디까지나 심증에 불과하다. 물증으로 드러난 부분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한화의 속사정을 떠나 이동걸의 투구만 놓고 봤을 때 황재균을 맞추려는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심판의 퇴장 명령이 이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KBO가 야구 흥행을 위해 야심차게 기획한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은 그렇게 얼룩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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