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승 거둔 새누리, ‘성완종 리스트’도 안통했다
전패 위기감 돌던 새누리, '성완종 특사'로 정면돌파 위기 극복
정국을 강타했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던 4.29 재보궐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성완종 파문으로 당초 여당은 전패 위기까지 거론됐으나 결과적으로 이 파문은 선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구 통합진보당의 해산에 따라 공석이 된 지역 3곳(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 광주 서구을)과 안덕수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사고 지역이 된 1곳(인천 서구강화을)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당초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구 통합진보당과 손을 잡은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형성됐고, 인천 서구강화는 전통적인 여당의 텃밭으로 여겨져 온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일 자원외교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이어 터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후폭풍으로 전국의 민심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특히 리스트에는 현 정권의 실세였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병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름과 함께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의 이름이 대거 포함돼 있어 선거를 앞둔 여권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선거 초반 불리한 판세로 전전긍긍하던 야당은 정치권이 예상치 못한 시기에 성완종 정국으로 빠져들자 호재를 만난 듯, 이를 이용해 여당을 겨냥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비롯한 당의 주요 인사들은 정권심판론을 빼 들고 파상공세에 나섰다. 특히 선거 운동 이후 첫 주말 유세를 두고는 ‘친박·은폐 비리게이트 규탄대회’를 치르는 등 불을 지폈다.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성완종 파문을 선거에 이용해 반사 이익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다.
양승조 사무총장 역시 2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선거 결과가) 만약 새누리당의 전승으로 나타난다면 이런 권력형 비리게이트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라고 정권 심판을 당부했다.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성남 중원의 정환석 새정치연합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 성완종 리스트 등 부패정권에 대해서, 잘못한 것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면 안 된다”고 했고 인천 서구강화을에 나선 신동근 후보도 (성완종 리스트 관련한) 그런 부분들이 투표율을 좀 높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당 지지율이 급변했다. 선거를 이틀 앞둔 2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공개한 4월 4주차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전주 대비 1.7%p 떨어진 33.6%의 지지율을 얻어 19대 국회 출범 이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1.7%p 오른 30.3%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전주 대비 1.4%p 더 내려간 36.8%로 조사됐다. 예기치 못한 악재에 여권의 속은 타들어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 유세 도중 성완종 파문을 두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 콘셉트로 계속 호소할 것”이라고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더 깨끗한 정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습에 힘썼다.
실제로 여권 내 분위기도 초긴장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 운동 중반 ‘데일리안’과 만나 “성완종 파문에 따라 선거에서 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있다”라고 털어놨다.
여당은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 ‘지역일꾼론’을 들고 선거 운동에 총력을 다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성완종 정국이 재보선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새누리당은 거물급 정치인들을 각 지역 후보 지지에 전면 배치시켜 힘을 보탰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파문으로 인해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사실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면서도 지역 정치와는 별개라는 구분하는 방식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었다. 무엇보다 낙후된 지역을 잘 개발시킬 수 있는 후보를 뽑아달라는 메시지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이와 별개로 여당은 참여정부 시절 성완종 전 회장이 두차례 특별사면 받았던 점을 언급하며 오히려 야당을 향한 공격 소재로 성완종 파문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며 야당 지지층을 흡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여당은 서울 관악을, 인천 서구강화을, 성남 중원 이상 3곳을 석권하는 최고의 성적표를 얻었다. 결국 성완종 파문은 이번 선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선거 결과 발표 후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집권여당과 박근혜정부에게 힘을 실어준 국민께 정말 감사하다”며 “정쟁과 정치 공세가 아닌 민생과 경제를 신뢰한 국민의 여망을 잘 새겨듣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성완종 사건과 관련하여 새누리당은 어떠한 경우에도 덮을 생각이 없다”며 “있는 그대로 국민께 깨끗하게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완종 파문을 이용해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려던 새정치연합은 오히려 전패라는 처참한 결과에 고개를 숙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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