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때문에..." "우습다..." 재보선 참패 놓고 공방만

'문재인과 친노 탓' 지적에 일부 최고위원 "결과놓고 과한 평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가 4.29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일부 최고위원이 이번 선거의 패배를 '친노 탓'이라고 주장하자, 또다른 최고위원들이 나서 "기득권 내놓기에 계파가 어디있나"라며 날을 세운 것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4일 재보선 직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의 패배의 원인을 ‘친노 패권주의’로 규정하고 “호남지역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 친노에 대한 피로감이 만연해 있다. 당대표가 되면, 친노에 불이익을 준다고 헀는데 취임 이후 과연 친노가 불이익을 받았나”라며 “이번 공천은 경쟁력 없는 후보를 내세워 야권분열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문재인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당무와 정책에 대한 심의 의결권한을 가진 최고위원으로서 들러리 역할만 한 데 대해 큰 자괴감을 느낀다”며 “나는 마지막까지 광주에서 무공천을 주장했지만, 너무 늦은 상황이었고, 내가 최고위원으로서 들러리 밖에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미애 최고위원은 “공천과정은 애초에 전당대회 이전에 일찌감치 공고를 냈는데, 경선을 통해 기계적으로 (공천)한다는 것에 대해 어느누구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었다”며 “막상 후보를 내고 뛰다보니 그 과정에서 기계적 경선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인지됐지만, 이미 후보등록을 마쳤으니 고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제 결과를 놓고 그것에 대해 너무 과한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도 우습다고 생각한다”며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것에 있어서 서로 ‘당신 먼저 하세요’ 라는 것도 말이 안된다. 기득권을 내려놓는데 무슨 계파가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번 선거 참패의 원인은 호남이나 친노같은 계파의 문제가 핵심은 아니다”라며 “진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선거 패배의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문 대표는 이날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들은 나와 우리 당에 아주 쓴 약을 주셨다. 겸손한 자세와 더 굳은 결의로 당을 제대로 혁신하겠다”며 “사람, 제도, 정책, 당 운영방식 등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식 회의 석상에서 재보선 참패를 처음 언급하는 자리인 만큼, 문 대표는 이날 평소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어두운 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민하고 해결하겠다. 여의도에만 있지 않고 국민속으로, 현장속으로 가서 지역민심을 경청할 것”이라며 “인재영입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수권정당에 걸맞는 인물을 키워서 국민께 신뢰받고 지지받는 정당을 반드시 만들겠다. 내년 총선에서는 오늘의 아픔을 결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