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물어도 다쳐도…수아레스 현역 최고의 '9번'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5.17 01:16  수정 2015.05.18 09:27

독특한 성향 탓에 바르셀로나 걸림돌 우려 일축 'MSN' 완성

전형적 9번 사라진 현대축구서 우뚝..막판 부상 아쉬워

전형적인 9번이 사라진 현대 축구에서 수아레스는 분명 우뚝 솟아있다. ⓒ 게티이미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는 2013년 여름이적시장에서 네이마르를 영입했다.

무려 5700만 유로(약 820억원)라는 이적료를 브라질 산투스에 주면서 데려왔다. 그러자 네덜란드의 축구 영웅이자 바르사의 전설인 요한 크루이프(68)는 "한 배에 두 명의 선장은 있을 수 없다"고 평했다. 리오넬 메시를 축으로 바르사의 모든 공격이 이뤄지는데 네이마르가 여기에 섞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혹평이었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지난 2013-2014시즌 프리메라리가 26경기 9골 8도움을 올렸다.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분명 첫 시즌치고는 괜찮은 활약이었다. 이로써 바르사는 그동안 '가짜 9번' 역할을 수행하던 메시의 활동 반경을 더욱 넓힌 동시에 지나치게 메시에 의존한다는 비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바르사는 메시와 네이마르를 공격 축으로 두고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와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날)를 이들의 파트너로 활용했다.

다만, 바르사는 지난 시즌 우승을 놓쳤다. 승점 3점 차이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우승을 내주면서 2위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메시와 네이마르 이상의 무언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공격수 영입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레알 마드리드 'BBC라인(벤제마-베일-호날두)'에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바르사는 전형적인 공격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9번' 찾기에 골몰했다. 과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생제르맹)를 데리고 있으면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메시의 나이와 네이마르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재차 최전방 공격수로 눈길을 돌렸다.

그때 눈에 들어온 선수는 루이스 수아레스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바르사는 수아레스를 잉글랜드의 리버풀로부터 영입했다. 8100만 유로(약 950억원)라는 거액을 지급하면서까지 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로 이어지는 이른바 'MSN 라인'을 기필코 만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크루이프가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메시, 네이마르, 수아레스는 자신의 능력에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바르사는 결국 팀보다 개인의 의존하는 것을 택했다"고 다시 한 번 바르사의 속을 긁었다.

다른 쪽에서도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아레즈 성향 때문이었다. 수아레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31골·12도움)에 등극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으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이탈리아전에서 조르지오 키엘리니(유벤투스) 어깨를 깨물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4개월간 징계를 받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더 MSN 라인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바르사 입장에서는 그간 지적받아온 '메시 의존증'을 떨쳐내기 위해 수아레스의 빠른 적응이 필요했으나 징계 때문에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했다. 수아레스가 자존심이 세고 정신적으로 매우 독특한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8시즌이나 바르사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들의 조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신임 감독이라도 바르사라는 명성을 고려했을 때 모든 비판을 끌어안아야 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바르사의 MSN 라인은 이런 우려를 날려버렸다. 수아레스는 리버풀에서 보여줬던 움직임 그대로를 바르사에 녹여냈다. 유니폼만 바뀌었을 뿐 그의 플레이는 변한 게 없다. 최전방과 오른쪽 측면을 활발히 오가면서도 메시나 네이마르와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 바르사가 추구하는 패스 플레이에서 그의 침투는 더욱 돋보였다. 게다가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드리블 돌파와 이미 거칠기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져진 몸싸움은 스페인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올 시즌 수아레스는 리그 27경기에서 16골 13도움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2위 메시와 3위 네이마르에 이어 6위에 해당하는 개인 득점 순위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스페인 국왕컵까지 확장하면 수아레스는 올 시즌 총 41경기 24골 17도움으로 맹활약 중이기도 하다. 스페인 무대 첫 시즌에 이 정도 활약을 보였다는 것은 모든 적응을 마쳤다는 의미를 넘어 완벽한 MSN 라인의 조화를 뜻한다.

수아레스가 완벽히 바르사 선수가 되면서 2009년 이후 바르사의 '트레블(챔피언스리그, 리그, 스페인 국왕컵)' 달성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바르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 내달 7일 유벤투스와 일전을 앞두고 있다.

리그에서는 2경기 남겨둔 상황에서 1위(승점90)를 달리고 있어 우승이 확정적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2위(승점86)로 바싹 따라오고 있지만 바르사는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거두더라도 정상을 차지한다. 남은 2경기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전이기 때문에 바르사가 우승을 놓칠 가능성도 희박하다. 오는 31일 열리는 국왕컵 결승은 리그 8위에 올라 다소 약체로 평가되는 빌바오라 문제없어 보인다.

오히려 문제는 이처럼 적응에 성공한 수아레스의 시즌 막판이다. 그의 부상 공백이 축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바르사 구단은 지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수아레스가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햄스트링 부상은 섣불리 복귀했다가 갑작스레 재발할 수 있다. 일반인 같은 경우 보통 한 달 이상을 푹 쉬어야 그나마 축구 같은 운동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수아레스의 완벽한 바르사 연착륙이 시즌 막판에 오점을 남길 위기다.

하지만 시즌 전만 하더라도 수아레스를 향한 적응과 돌발행동을 걱정하던 목소리는 완전히 잠잠해졌다. 오히려 그의 결장을 두고 바르사의 트레블과 챔피언스리그 명승부 연출에 방해될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예상할 수 없었던 기대 이상의 성과다. 이 자체만으로도 수아레스는 현존 최고의 9번 공격수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전형적인 9번이 사라진 현대 축구에서 수아레스는 분명 우뚝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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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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