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0원’ 사각지대에서 꿈 키우는 부산경호고 유도부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3.31 10:40  수정 2026.03.31 10:41

부산경호고 유도부. ⓒ 올파이츠 유니버스

부산경호고등학교 유도부가 눈부신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한계에 부딪혀 관계 기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24년 단 6명의 선수로 첫걸음을 뗀 부산경호고등학교 유도부는 창단 초기부터 전용 훈련장이나 제대로 된 매트 없이 출발했다. 이후 지도자들의 헌신과 학생들의 땀방울이 모여 창단 2년 만인 2026년, 17명으로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최근 엘리트 체육이 외면받는 시기에 보기 드문 성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빛나는 땀방울 이면에는 '제도적 사각지대'라는 크나큰 장벽이 존재한다. 부산경호고등학교가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학력 인정 고등학교'로 분류되어 있어,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공식적인 학교 운동부(유도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공식 운동부로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훈련 장비 구매, 대회 출전비, 훈련장 대관 등 선수 육성에 필요한 예산 지원은 현재 '0원'이다. 오로지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신념 하나로 열악한 환경을 견뎌내며, 지도자들의 사비와 주변의 도움에만 간신히 기대어 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팀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주변의 따뜻한 관심 덕분이었다. 김재두 교장은 학생들의 가능성 하나만 믿고 창단을 적극적으로 이끌었으며, 부산광역시 유도회 정수범 회장은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유도회 훈련장 사용을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현장에서는 최일균 부장교사가 울타리가 되어주고, 국가대표 출신으로 국제 대회(홍콩, 자카르타)와 전국체전을 휩쓸었던 황태원 감독이 헌신적으로 선수들의 기본기를 다지고 있다.


김재범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왼쪽) 황태원 감독. ⓒ 올파이츠 유니버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한민국 유도의 레전드인 김재범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지다. 황태원 감독과의 인연으로 부산경호고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 들은 김 위원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훈련장을 직접 찾아 학생들에게 세계 최정상급의 기술 지도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한국 체육계의 핵심 임원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이들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응원한 것이다.


황태원 감독은 "우리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과 제도적인 소외 속에서도 다른 엘리트 선수들 못지않게 묵묵히 매트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라며, "똑같이 땀 흘리는 학생들이 단지 학교의 설립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꿈을 향한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이 지도자로서 너무나 가슴 아프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부산경호고등학교 유도부는 부산광역시교육청과 부산광역시체육회 등 관계 기관에 간곡한 호소를 전했다. 규정과 제도의 틀에 갇혀 땀 흘리는 학생들의 열정이 꺾이지 않도록,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학생들이 따뜻한 지원 속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게 이들의 작은 바람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