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에서 조강자 역을 맡아 열연한 김희선.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희선은 한국의 줄리아 로버츠죠."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을 연출한 최병길 PD는 김희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 PD는 지난 22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김희선의 인터뷰 자리에 동석했다. 김희선은 "사회 문제와 관련된 어려운 질문은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마침 최 감독님이 근처에 오셨다고 해서 참석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앵그리맘'은 34세 엄마 조강자(김희선)가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된 딸 아란(김유정)을 구하기 위해 여고생으로 위장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했다. 드라마는 학교에 잠입한 강자를 통해 학교 폭력의 민낯, 사학 비리, 교육계와 정치권의 부패 등을 꼬집었다. 학교도, 사회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 나선 엄마의 모습은 잔잔한 울림을 선사했다.
"굳이 세월호 참사를 염두에 두고 연출한 건 아니고요. 그간 학생들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있었잖았요. 주인공이 비참한 현실에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청률도 저조했고 드라마 분위기가 어두웠다는 말에 흔들릴 뻔했는데 배우들 덕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최 PD는 학교 붕괴 장면이 나온 14회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입소문을 타고 다음회에서 시청률이 상승했다.
"당시 '안 되는구나' 생각하고 좌절했는데 배우들 덕에 다시 일어섰죠. 장면 하나하나를 진정성 있게 다루려고 노력했습니다. 연기 못한다고 욕먹는 배우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시작할 때부터 단합이 분위기가 드라마에 묻어났죠."
강자는 고등학생 때 '벌구포 사시미'란 별명으로 날리던 '일진'이었다. 아란을 낳고 비로소 사람이 된 그는 아이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때려눕힌다. 액션 연기는 필수였다. 김희선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통쾌했고, 화끈했다.
"재밌었다"고 미소 지은 김희선은 "촬영장 가는 게 즐거웠다"며 "행복한 마음을 연기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최 감독은 김희선의 액션 연기에 대해 "위험한 장면이 많았는데 김희선이 앞장서서 했다"고 칭찬했다.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희선은 출연을 망설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PD는 능동적인 여자 주인공 원톱 드라마라 섭외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불의에 맞서 싸우면서 액션 연기도 할 여배우를 찾는 데 힘들었죠. 떠오르는 배우가 거의 없었는데 김희선 씨가 딱 생각났어요."
'엄마' 김희선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번 작품에선 "연기가 좋다"는 호평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최 PD도 동의했다.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잘 해줬어요. 코미디, 정극, 액션 연기 등을 능숙하게 소화했죠. 이런 배우가 왜 그간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만 했는지 안타까웠어요."
최 PD는 30~40대 여배우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미국 멜로 드라마엔 20대 남자 배우들을 보기 힘들어요. 여자 배우들도 마찬가지고요. 유독 한국 드라마에선 스타성 있고, 젊은 배우들만 쓰는 거죠. 점차 콘텐츠가 풍부해지고 '앵그리맘' 같은 드라마도 나와서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김희선이라는 배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것처럼요."
뻔한 멜로 라인을 뺀 이유를 묻자 최 PD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풀어놓았다. "러브라인을 넣어달라는 시청자 요구가 빗발쳐서 흔들리기도 했는데 그렇게 되면 드라마 특유의 힘을 잃어버릴 것 같았어요. '앵그리맘'은 모성애로 시작해서 모성애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이 틀을 유지하고 싶었죠."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최고였다. 김희선, 최 PD 모두 "드라마 종영이 아쉬울 정도였다"고 입을 모았다.
"저 솔직한 거 아시죠?(웃음) 마음에 안 든 사람 있으면 바로 말하는 스타일인데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성격 좋고 착하고. 다신 만나기 힘든 조합이었습니다."(김희선)
"현장 모토가 '연애하거나 술 마시고 오면 환영한다', '너 하고 싶은 거 충분히 하고 살아라'였어요. 배우, 제작진끼리 코드가 잘 맞았습니다. 얼굴 붉히는 일도 없었고요. 희선 씨와 제가 정말 시끄럽게 떠들었어요. 하하.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웃으면서 행복하게 촬영했습니다."(최 PD)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