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민폐국'된 한국, 재외 한국인만 애꿎게 '눈총'
정부 무능 대처에 여행객들 입국심사대부터 '깐깐'
고국에 다녀오지도 않았는데 한국인이라서 '왕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 세계 3위, 아시아 1위라는 오명을 안은 한국이 주변국들의 불만을 사면서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인과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사람들을 피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는 게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초기대응 실패로 인해 환자수가 연일 증가하는데다 이들이 중국 등 주변국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계속 되고 있다. 더욱이 주변국의 요청에도 한국 정부는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어 중국과 홍콩, 일본 정부는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에 따르면 렁팅훙 홍콩 위생방호센터 총감은 지난 1일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입국한 한국인 메르스 확진판정자를 치료한 의료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한국에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면서 "이에 따라 지난 달 31일부터 한국에서 입국한 모든 여행객에 대해 집중 관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일 "후생노동성이 중동뿐 아니라 한국에서 입국한 이들에 대해서도 공항 검역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면서 "일본정부가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과 한국내 거주하는 일본인들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보도했다. 의료강국으로 자부하던 한국이 국제적 눈총을 받을 뿐 아니라 일본, 홍콩 등 주변국에도 비상이 걸리게 한 셈이다.
중국과 홍콩, 일본 등에서 한국에 대한 싸늘한 반응도 우리 정부의 무능력한 대처 때문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주변국에서는 연일 한국의 메르스 환자 발생 사태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어 현지인들에게는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본 교토에 거주하는 사토 아이코(여·35)씨는 3일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주요 방송과 신문들이 한국의 메르스 발생에 대해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면서 “한국에 친구가 살고 있어 걱정돼 연락을 해보니 한국내 상황은 매우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 출장을 다녀온 일본인들도 자국내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와 함께 한국 방문을 자제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인 여성 A씨는 “지난 달 27일 한국으로 출장을 갔다 2일 귀국했는데 직원들이 ‘한국에 다녀왔으니 메르스 검진을 받아봐야 되는 것 아니냐’고 권유했다”며 “또 부서내 상사는 ‘혹시 감기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가를 신청하고 회사에 나오지 말라’며 나를 꺼려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A씨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당분간 한국 출장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전달됐다고 한다.
홍콩은 한국인과 한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 공항에서부터 깐깐하게 입국심사를 하는 모습이다.
3일 홍콩으로 출장을 간 직장인 오성태 씨(남·40)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공항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입국심사대에서는 한국 여권을 내미니 공항직원이 감기, 발열 증상 등은 없느냐는 등의 메르스 관련 질문들을 많이 했다”면서 “홍콩에서는 한국의 메르스 환자 증가에 대해 매우 민감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인들도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촉각을 세우고 있다.
베이징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용철 씨(남·47)는 “한국인이나 한국 방문자를 경계하는 분위기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한국의 메르스 관련 뉴스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주변 지인 중 일부는 한국여행을 하기 위해 여행사 계약까지 했다 취소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현재 메르스 감염자는 30명, 의심자 398명, 99명이 검사를 받고 있고, 1364명이 격리 조치됐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환자 방문 병원을 비롯한 감염경로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여전히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다”고 비난을 가하면서 직접 정보 추적에 나섰다.
일부 포털사이트와 SNS에서는 메르스 방문자 병원 이름이 담긴 문서가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병원이 실제 메르스 환자가 방문한 곳인지는 공식적을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