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민감한 시기에 위안부 발언 왜?
외교관례상 이례적…일각에선 "일본 압박 수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고 언급하면서 외교관례상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어 그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의 협의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논의가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며 "매우 의미 있는 한일외교 정상화 50주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이어 "역사문제는 반드시 다뤄져야 한지만, 한일관계와 한반도 안보는 역사문제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국장급협의를 개시한 이래 지금까지 8차례 협의를 진행해왔으며, 이 작업에서 어떤 의미 있는 의견일치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물밑협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먼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외교관례상 이례적인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의미있는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아무것도 정확하게 결정난 것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은 위안부 논의에 있어서 일본의 태도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교관례상 보통 양국은 이런 내용을 합의했다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까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관례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양국 정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 당사자인 상대방에 어떠한 양해도 구하지 않고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러한 협상내용을 외부로 공개하는 것은 상대방을 당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일본 측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언론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양국 협의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가리켜 '진전'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언급이 일본 측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 깔린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합의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결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한수라는 것이다. 즉 일본의 양보를 촉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윤미향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사실 8차 협의가 끝나고 나서 외교부 당국자들은 별로 과거와 다른 진전이 있었다는 반응은 없었다"며 "그런데 대통령께서 이렇게 말씀한 것이 우리가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씀하신 건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미국 측에 일본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합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미관계에서 더 이상 한일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이번 인터뷰가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점에 맞춰 준비되고 진행됐다는 점, 이 시점에 보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미국 측에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진행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순방할 때 현지에서 보도가 되는 인터뷰였고, 순방이 이뤄졌다면 현지에서 풀이 됐겠지만 순방이 취소가 돼 관례가 없는 새로운 상황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이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더이상 진지한 협상에 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협상 내용을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고 해도 그와 관련해 언급을 하면서 일본 정부가 국내 정치상황에서 곤란한 입장에 처할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지금까지 진행됐던 협의와 '상당한 진전'도 재검토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좀 더 신중했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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