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여자축구 16강 '미안하다, 짜릿함은 똑같았다'


입력 2015.06.19 11:16 수정 2015.06.19 11:33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남자축구에 비해 턱 없이 낮은 관심도

간절함으로 축구의 매력 새삼 느끼게 해

여자축구 16강 '미안하다, 짜릿함은 똑같았다'

[여자월드컵 16강]축구의 재미는 누가 어디서 어떤 경기를 하느냐에 앞서 치열함과 간절함이 먼저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 연합뉴스

여자 축구대표팀의 짜릿한 승리가 진정한 '축구 맛'을 일깨웠다.

조마조마한 상황과 이를 뛰어넘으려는 선수들의 간절한 플레이가 축구의 핵심이란 사실을 전달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각) 캐나다 오타와의 랜스다운 스타디움서 열린 ‘2015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스페인에 2-1로 이겼다.

대표팀은 전반 30분 베로니카 보케테(바이에른 뮌헨)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9분 조소현(현대제철) 동점골과 후반 34분 김수연(KSPO) 역전골이 터지며 역전승을 따냈다.

조 2위를 차지한 대표팀은 여자 축구 역사상 월드컵 첫 승을 거두는 동시에 16강 진출도 확정했다. 3전 전패로 탈락했던 2003년 미국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이러한 쾌거를 이뤘다.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경기는 축구의 '공통분모'를 알려줬다. 축구의 재미는 누가 어디서 어떤 경기를 하느냐에 앞서 치열함과 간절함이 먼저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무승부는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라는 상황에서 나오는 절박함은 성별이나 경기력과는 관계없이 진검승부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 한판이다.

남자 축구에 집중된 국내 축구 환경과 그 안에서 여자축구 선수들이 느꼈을 소외감에 다시 한 번 미안한 날이었다. 종료 휘슬과 함께 서로 엉겨 붙어 눈물 흘리는 선수들을 보며 그들이 출정식에서 관심에 목말라 흘렸던 눈물이 묘하게 겹쳤다.

감독의 역할과 중요성도 다시 조명된 경기였다. 감독이 갖춘 능력이나 전술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필요한 것은 팀 파악 능력이란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전반 내내 스페인과 미드필더 싸움에서 밀린 대표팀은 측면을 쉽게 내줘 고전했다. 첫 실점도 측면에 이은 크로스를 허용하면서 나왔다. 대표팀이 자랑하는 지소연(첼시레이디스)의 돌파와 박은선(로시얀카)을 활용한 공격은 중원 싸움에서부터 밀려 이렇다 할 기회조차 못 잡았다.

그러자 윤덕여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를 강화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박은선도 조기에 빼 한 박자 빠르게 중원에 힘을 실었다.

후반 23분에는 오른쪽 측면 수비에 김수연을 투입해 스페인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그에게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지시했다. 그 덕분에 김수연이 올린 크로스가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역전골이 탄생했다.

특히, 소속 팀에서 측면 공격수로 뛰는 김수연을 윤 감독이 측면 수비수로 기용한 점도 눈에 띈다. 2년 3개월 이상 대표팀을 지휘한 그의 내공은 상대 상황에 맞게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엮어내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었다.

간절한 상황에서 나온 선수들의 치열함과 그들을 횡과 종으로 엮어낸 감독의 조화가 월드컵 16강이란 감동의 눈물로 영글었다.

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기사 모아 보기 >
0
0
임정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