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서울시내 면세점 평가 문제없나

김영진 기자

입력 2015.06.26 11:04  수정 2015.06.26 13:46

<기자의 눈>신용등급 높고 부채비율 낮은데도 오히려 낮은 점수 납득 안돼

선정 가능성 언급 '공개입찰 방해' 해당

토러스투자증권 김태현 연구원이 지난 15일 '유통업! 왜 면세점에 열광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보고서 캡쳐
"당사는 대기업군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SK네트웍스와 신세계를 가장 선정 가능성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DF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화갤러리아는 운영능력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경쟁사 대비 떨어지는 느낌이다."

"DF랜드(HDC신라면세점) 신규 면세점 특허 후보 '1순위'로 판단."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낸 보고서 내용 일부분이다.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을 선언한 기업들은 면세사업에 그룹의 사활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의 자존심 경쟁 뿐 아니라 어디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해당 기업 직원들의 '운명'도 크게 엇갈릴 것이다.

서울시내 면세점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다음 달 중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되는 극히 민감한 이 시기에 증권사들의 이런 보고서는 기업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토러스투자증권은 '유통업! 왜 면세점에 열광하는가'라는 50페이지가 넘는 장문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증권업에 신규 진출했고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손복조 사장 주도로 설립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59개 증권사 중 자본총계 53위의 증권사다.

김태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메르스 쇼크는 면세점 테마주 매수 기회"라며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라는 모멘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가 20% 이상 하락해 조정을 받은 SK네트웍스, 신세계 등 면세점 테마주들은 지금이 최적의 매수시점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 면세점 후보자 중 신규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취득했을 때 50% 이상의 높은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대기업은 SK네트웍스, 신세계 두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 연구원은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은 '테마주',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대기업'으로 봤을 뿐이다.

특히 이 연구원은 관세청이 공고한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 심사 평가표'를 기준으로 자신이 직접 표를 만들어 '배점'까지 했다.

하지만 이 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SK네트웍스는 신용등급AA-이고 부채비율 229.8 이자보상비율 3.8배인데 총점 300점에 295점을 받았다.

신세계 역시 신용평가 A1, 부채비율 126.6%, 이자보상비율 4.5인데 295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한화갤러리아는 신용등급 A-, 부채비율 43.9, 이자보상비율 34.9배인데도 150점을 받았고 롯데면세점(호텔롯데)도 신용등급이 SK네트웍스나 신세계보다 높은 AA+인데도 150점, 현대DF(현대백화점)도 SK네트웍스나 신세계보다 높은 AA+인데도 150점을 받는데 그쳤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독보적 1위이자 30여년의 경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영능력이 150점이라는 점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물론 경영능력에는 매장규모의 적정성, 사업계획서의 충실성 및 타당성 등을 포함한다.

경쟁기업보다 신용등급도 높고 부채비율도 낮은데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은 해당기업의 심정은 어떨까. 그것도 그룹의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민감한 시기에 말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주식을 사라(buy)'라고 권하는 측이다. 자신의 담당업종 및 상장사를 커버하면서 기관투자자 등을 상대로 세일즈(sales)를 한다. 따라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상장사 중심이고 자신이 커버하는 종목(기업) 중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시내 면세점에 진출한 기업들 중 이랜드와 롯데면세점 등은 비상장사라 소외되기 쉽다. 면세점을 커버하는 애널리스트 중 국내 1위인 롯데면세점을 제대로 알고 분석한 이가 몇이나 될까.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단순한 기업 분석이 아닌 관세청의 권한인 평가를 하고 배점을 하는 것은 '공개입찰 방해'이자 '업무방해'일 수 있다.

이런 위법적 소지가 있는 보고서에 해당 기업이 애널리스트에게 전화하는 것이 과연 '갑질'일까.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도 "애널리스트가 자신이 커버하는 기업을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겠지만 어디가 선정될 것이고 거기에 점수까지 부여한다는 것은 공개입찰 방해이자 업무방해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는 보고서는 자신이 세일즈를 하는 투자자들 뿐 아니라 증권사 홈페이지, HTS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이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기도 한다. 그만큼 증권사 보고서는 공정해야 하며 책임감이 따른다.

현재 관세청은 다음 달 서울시내 면세점 선정을 위해 엄정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증권사들의 보다 신중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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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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