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김태호 "유승민 물러나야" 발언에 김무성 '경고'


입력 2015.06.29 10:52 수정 2015.06.29 14:34        평택 =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오후 3시 새누리당 지도부 회의 열어 '유승민 거취' 논의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제2연평해전 13주기를 맞아 29일 평택을 찾은 새누리당이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두고 또다시 파열음을 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안 사태에 관한 책임을 지고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했고 김무성 대표는 메르스와 제2연평해전에 집중하라고 주의를 주며 각을 세웠다. 이날 회의에 친박(친박근혜)계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회의 초반은 순조로웠다. 김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평택시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메르스와 제2연평해전에 관한 언급에 집중했다.

김 대표의 첫마디는 "제2연평해전 13주기가 되는 날이다. NLL(북방한계선)를 사수하다가 전사한 영령들의 영면을 기원한다"였다. 김 대표는 이후 최고위원 등을 일으켜세워 묵념을 했다. 그 다음에도 "메르스를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하나가 된 평택의 모습이야말로 메르스 극복의 모범사례", "애국용사들이 소외되고 홀대받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와 같은 발언들을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도 이를 따랐다. 유 원내대표는 "하루빨리 이 사태가 종식된 뒤 메르스 사태와 같은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데에 평택의 경험을 최우선하겠다", "평택시와 평택시 경제인들의 건의사항을 이번 추경과 2016년 예산에 적극 반영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 "새누리당은 국가보훈을 위해 앞으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뒤이은 김 최고위원도 처음에는 '투톱'의 행보를 따르는 듯했다. 김 최고위원은 제2연평해전을 언급하면서 당시 김대중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참 국가도 아니었다"면서 "다시는 우리 아들, 딸들이 개죽음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말로는 평화를 위해서, 조국을 위해서라고 얘기하지만 나라가 제대로 뒷받침을 못하면 그건 나라도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다가 김 최고위원은 방향을 틀었다. 그는 "이런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 새누리당의 모습이 더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국정의 중심에 있으면서 지금의 총체적 난국을 앞장서서 뛰어야할 우리 입장이 지금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경제가 너무 어렵다. 여기에 메르스 사태로 우리의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추경을 해야 하지만 말뿐이다. 추경할 수 있느냐. 당정청이 갈등으로 같은 자리에 앉질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호 "책임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김무성 "메르스와 제2연평해전이 주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표정이 불편해졌지만 김 최고위원은 점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우리에게 두 가지 위기가 있는데 첫번째는 당청 간 관계 정상화, 두번째는 국회 정상화"라면서 "당청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장 큰 원인이 된, 원인을 제공한, 가슴 아픈 얘기지만 유 원내대표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협상의 결과가 갈등, 충돌로 비춰진 데 대해서 잘못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게 정치이고 정치는 책임"이라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름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자동폐기를 택한 김 대표를 겨냥해 "법적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회부해 이 문제를 표결로 처리해야 한다. 우리 입장으로서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단합해 부결시키면 되는 것"이라며 "이게 걱정되고 자신이 없다면 당을 그만둬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 자동폐기 수순으로 간다면 우리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고 우리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며 "이렇게해야 야당에게도 (국회로 돌아올) 명분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난 뒤 다음 순서는 이인제 최고위원이었지만 김 대표가 마이크를 켰다. 김 대표는 이어 김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후 발언자들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오늘 오후 3시 정치현안 문제를 갖고 최고위원들과 회의하기로 결정해 이 회의 들어오기 전 (다른 얘기는 삼가달라고) 부탁의 이야기를 했었고 오늘 (연평해전) 행사를 위해 협조를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됐다"며 "오늘 현장최고위 주제는 메르스 극복과 제2연평해전"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 후 이 최고위원, 김을동 최고위원, 원유철 정책위의장 등은 모두 메르스와 제2연평해전 발언들이 주를 이뤘다.

김 대표는 회의 막바지쯤 한 번 더 김 최고위원에게 뼈있는 핀잔을 줬다. 그는 평택시 경제인들의 얘기를 듣는 순서에서 "김 최고위원이 협조를 하지 않아 경제인들이 3분 정도밖에 말을 못하겠다.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들이 웃음을 띠면서 다소 분위기가 풀어졌다.

한편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은 전날 밤까지도 회의에 참석하겠다고 했으나 당일 아침 당 실무진에게 갑작스럽게 불참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후 3시 최고위회의에 두 최고위원이 참석하느냐"는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았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조소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