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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주도권 잡은 박 대통령, 다음 수는?


입력 2015.07.09 08:27 수정 2015.07.09 08:33        최용민 기자

비박 원내대표 돼도 유승민처럼 각 세우진 못할듯

메르스 여파 수렁에 빠진 민생 경제 수습에 총력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과의 오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결국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참 길게 느껴진 2주였을 것이다. 이제 박 대통령에게 남은 건 추가경정예산 등 민생챙기기 뿐이다. 아울러 정국 주도권을 잡은 박 대통령이 이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유 원내대표가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에게 십자포화를 받은 지 약 2주만에 결국 자진 사퇴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원하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인물이 당선될 수 있게 잘 마무리하면 된다.

그러나 2주라는 시간은 박 대통령에게 결코 그리 좋은 시간만은 아니었다. 유 원내대표의 즉각 사퇴를 원했겠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당은 물론 여론도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아니라고 했다. 초초했을 것이다. 질러 놓기는 했는데 어째 상황이 자꾸 반대로만 흘러갔다.

그래서 그랬을까. 박 대통령은 폭탄 발언 이후 민생 행보에 매달렸다. 정치권에 핵폭탄을 날렸지만 자신만은 민생을 챙기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로도 보였다. 효과는 주효했고 정치권을 혼란에 빠트렸다는 비판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높아졌다.

"배신의 정치"...국무회의 발언 정치권을 뒤흔들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유 원내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뿐 아니다.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배신의 정치'라고도 했다. 자기 정치하면서 민생을 보살피는 법안 처리는 둿전이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회가 합의해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을 다시 국회로 돌려보냈고 아울러 유 원내대표를 직접 언급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유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지금까지 청와대가 주문했던 경제활성화 법안 등이 국회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박 대통령 발언은 정치권을 강타했고 모든 정치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당시 계파 싸움을 벌이던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관심은 싹 사라졌고 집권 여당이 새누리당의 계파 싸움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폭탄 맞은 집안이 됐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이날 즉각 의총을 열었다. 상황을 빨리 정리해야 됐기 때문이다. 친박계 의원들의 일부 사퇴 의견도 있었지만 이 의총에서는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하는 형식으로 회의를 마무리했다. 일단 상황은 정리됐지만 당 내부에서 사퇴 목소리들이 들끓었다.

다음날인 26일 유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재신임까지 받았지만 박 대통령께 바짝 엎드려 "노여움을 푸시라"고 사과했다. 사과하면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당내에서 사퇴 압박은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유 원내대표에게는 초초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유 원내대표는 주말을 통해서 청와대와 연락을 취해 다시 한번 사과하고 논란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주말동안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연락하지 못했다. 연락이 닿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분명한 거절이었고 사퇴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당내에서도 친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사퇴 압박이 커져만 갔다.

"유승민이 뭘 그렇게 잘못했나?"...분위가 반전에 유승민 버티기 들어가

논란이 쉽게 사라지지 않자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9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의논했지만 결국 결론짓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당내에서도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찍어내듯 사퇴를 종용하는가'라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이런 기류 탓일까. 이후 유 원내대표는 버티기에 들어갔고 청와대는 무언의 압박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계파 갈등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버티기에 들어가면 될 줄 알았지만 2일 오전 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결국 뇌관을 터트렸다. 유 원내대표 사퇴를 놓고 막말과 고성이 오갔고 결국 회의는 난장판이 됐다.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 당청관계가 좋을리 만무했다. 2일 예정됐던 국회 운영위원회가 논란을 거듭하며 결국 하루 연기됐다. 청와대와 국회가 서로 얼굴보기 껄끄러었을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서로 얼굴 마주볼 수 있겠는가.

여기에 비박으로 분류되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청와대 만찬이 최소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박 대통령은 믹타 국회의장단과 오찬을 하려 했지만 시간 관계상 접견으로 대신했고 주최국 의장인 정 의장을 부르지 않았다. 정 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하고 또 거부된 국회법을 의장 권한으로 재의에 부치려 했던 것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6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국회법 재의가 부결되면 유 원내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며 자진 사퇴하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는 소리가 들렸다. 쫓기듯 나가는 것보다 그게 모양새가 좋다는 판단에서다.

국회법 부결...유승민 버티다 의총에서 결국 사퇴

6일 국회 본회의에 다시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결국 부결됐고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회 결정은 헌법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 사퇴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유 원내대표도 모든 이들의 예상과 달리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결국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 사퇴문제를 결정짓기 위해 의총을 소집했고 의총 결정에 따라 유 원내대표는 사퇴했다.

결국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박 대통령이 원하는대로 모든 것이 이뤄졌다. 국회법 개정안도 폐기됐고 유 원내대표도 사퇴했다. 거기에 정부가 원하던 경제활성화 법안까지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따지고보면 박 대통령이 전부 이긴 게임이 됐다. 아울러 향후 박 대통령은 정국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이 구상하는 국정을 그려나갈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당연히 박 대통령이 향후 정국 주도권을 가지고 갈 수 있다"며 "앞으로 비박이 되어도 유승민이 이렇게 짤리는거 보면 이재오 의원이 원내대표 되더라도 자기 마음대로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박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대로 결론이 났다고 해도 향후 이런 모습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많은 혼란을 안겼고 유 원내대표 사퇴 문제만큼은 여론도 박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박기태 전 경주대 부총장은 "무엇보다 유승민도 찍어냈는데 누가 과연 차기 원내대표로 나설 것인가"라며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도 힘들 것이고 결국 아무 일도 못하고 내년 총선에 책임지며 공천도 못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그것도 의원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인물을 찍어냈다는 이미지는 결코 좋은 이미지는 아닐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 한마디에 이합집산하며 내부에서 총부리를 겨누던 집권 여당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아울러 박 대통령에게는 아직 남아 있는 문제도 많다. 당장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이 조속히 통과되야 하지만 야당의 반발로 만만치 않은 문제가 됐다. 더욱이 대야 협상력을 높어야하는 원내대표도 공석이다. 20일까지 추경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이야기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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