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야스 이적, 데 헤아 길 터준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7.14 06:13  수정 2015.07.14 14:37

입지 좁아진 GK 카시야스 포르투 이적 받아들여

레알, 부담스러운 레전드 정리하고 데헤아 영입 총력

카시야스 이적, 데 헤아 길 터준다

레알은 부담스러운 카시야스를 떠나보내면서 데 헤아와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됐다. ⓒ 게티이미지

이케르 카시야스(34)가 정든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FC 포르투(포르투갈)로 이적한다.

레알은 12일(한국시각) 공식성명을 통해 두 구단이 카시야스 이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레알은 카시야스와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지만 구단에 오랫동안 헌신한 레전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포르투로부터 이적료를 받지 않고 놓아주기로 결정했다. 카시야스는 꾸준한 출전 기회와 새로운 도전을 위해 포르투를 선택했다.

레알은 카시야스에 대해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라고 찬사를 보내는 등 팀의 레전드에게 경의를 표했다.

카시야스의 축구인생은 곧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황금기였다. 카시야스는 1990년 레알 마드리드의 유스팀에 입단했고, 1999년부터 1군무대에 데뷔하며 무려 16년간 레알 골문을 지켜왔다.

카시야스는 레알 유니폼을 입고 무려 세 차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며,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도 2010 남아공월드컵과 UEFA 유럽축구선수권 2연패(2008/2012) 우승을 뒷받침하는 등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2000년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였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카시야스 아성도 몇 년 전부터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량이 쇠락하면서 예전만한 선방과 페널티박스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무리뉴 전 감독 시절에는 연이은 구설에 휘말리며 레알 데뷔 이후 처음으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카시야스는 리더로서 라커룸에서의 영향력도 매우 큰 선수였다. 카시야스 연인이 스페인 언론에서 일하면서 카시야스가 팀 내부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고 있다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급격히 하락한 경기력에 파벌 논란까지 휩싸이며 카시야스는 어느새 레알이 계속 안고 가기도, 버리기도 모호한 계륵으로 전락해갔다. 레알 팬덤도 카시야스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쪽과, 카시야스가 더 이상 팀에 도움이 안 된다는 비관적인 여론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카시야스는 무리뉴 감독이 첼시로 떠난 이후 카를로 안첼로티 신임 감독 체제에서 다시 중용되는 듯했으나 전성기의 경기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소속팀과 달리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는 여전히 부동의 주전으로 기용됐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7골을 내주며 도마에 올랐다. 2014-15 레알이 무관에 그치는 부진과 함께 안첼로티 감독이 물러났고, 전력의 대대적 개편 필요성이 높아지며 카시야스도 자연스럽게 팀을 떠날 수밖에 없는 분위기에 놓였다.

팀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던 카시야스의 이적으로 레알은 또 한 번 변화의 시기에 놓이게 됐다.

그동안 레알에 입단하는 골키퍼들에게 카시야스의 존재는 거대한 산과도 같았다. 현재 카시야스의 대체자로 맨유의 골키퍼 데 헤아 영입을 노리고 있는 레알은 부담스러운 카시야스를 떠나보내면서 데 헤아와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카시야스가 레알과 스페인 축구계에 큰 족적을 남긴 전설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카시야스는 이적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며 "작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미래에 다시 만날 것"이라며 변함없는 레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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