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명불허전이었다. 선수의 몸값이 곧 성적에 대한 가치이자 기대치라고 했을 때 한화의 투자는 헛되지 않았다.
첫 경기 만에 독수리군단의 구세주로 떠오른 선발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한국무대 선발 첫 등판에서 완투승을 기록하며 기대에 응답했다.
로저스는 6일 대전 LG전에 선발 등판, 9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승을 올렸다. 한화는 4-1로 승리하며 5연패를 탈출하고 하루만에 5할 승률에 복귀했다.
한화는 최악의 한주를 보내고 있었다. 선발진이 무너지며 지난주부터 올 시즌 두 번째 5연패의 수렁에 빠졌고 5할 승률 붕괴와 함께 6위로 추락했다. 특히 최근 2경기에서는 선발 투수가 연속으로 1이닝(탈보트-김민우)만에 강판되는 수난을 겪으며 마운드에 엄청난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었다.
상대적으로 그만큼 한화가 거액을 주고 시즌 중에 영입한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 로저스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로저스는 시차적응도 덜 된 상황에서 결국 한국 무대 데뷔전을 엄청난 부담감 속에 등판해야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로저스는 폭발적인 강속구와 강철 같은 체력을 앞세워 LG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했다. 패스트볼이 시속 150km를 상회했고, 슬라이더도 140km대에 이르렀다. 여기에 간간이 던지는 낙차 큰 120km대 커브까지 완벽하게 컨트롤이 되는 모습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주로 중간투수로 활약했기 때문에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마이너리그에서의 풍부한 선발경험을 바탕으로 LG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요리했다. 이미 8회까지 100구를 넘긴 상황에서도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져대는 모습에 타자들은 좀처럼 로저스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탈삼진은 7개를 솎아냈고, 볼넷도 하나도 없을 만큼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로저스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한화는 이날 잇단 호수비로 로저스의 첫 등판을 지원사격했다. 특히 유격수 강경학은 3회초 최경철, 4회 무사 1.3루에서 정성훈의 안타성 타구들을 잇달아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아웃카운트를 줄이며 대량실점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게 포인트였다. 한화 야수들의 그림같은 호수비가 나올 때마다 로저스는 박수를 치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등 벌써 팀의 일원으로 빠르게 동화되는 모습이었다.
외국인 투수가 데뷔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것은 로저스가 처음이다. 한화는 로저스의 역투에 힘입어 지난 28일 잠실 두산전의 송은범 이후 9일만의 선발승을 추가했다. 지긋지긋한 연패를 탈출하며 그동안 지쳐있던 불펜에게 휴식을 준 것도 고무적이다.
많은 투수들을 기용하는 벌떼야구에 의존하며 투수교체 타이밍으로 고민해왔던 김성근 감독을 모처럼 편안하게 해준 경기였다. 화려한 데뷔전을 마친 로저스가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끄는 선봉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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