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프레소·새누리 카누' 여야 대변인실 분위기가...
<여의도 뒷담화>'사랑방' 시끌벅적 야당, '사무실' 바쁜 여당
정당의 대변인실은 당과 언론이 소통하는, 가장 문턱이 낮은 창구다.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가장 자주 드나드는 장소가 대변인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변인실에 당 대변인과 부대변인을 비롯해 공보 업무를 맡은 당직자들이 상주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모습과 분위기는 제각각이다.
야, "오가는 사람 누구든" 삼삼오오 사랑방
동여의도에서 배달된 찰진 김밥으로 공복을 든든히 채우고, ‘민주프레소’의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점심식사 후엔 대변인실 소파에서 석간신문을 훑는다. 가끔 과일같은 먹거리가 생기면, 사랑방처럼 불러 모아 테이블 위에 펼쳐 놓는다. ‘수박 먹으러 오라’는 문자를 받고 삼삼오오 모인 참이다. 늦은 오후엔 냉장고에 든 음료수를 들이키며 숨을 돌린다.
국회 본관 1층에 위치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실은 아침마다 작은 ‘김밥집’으로 변한다. 미처 아침식사를 못한 출입 기자들이 하나둘 몰려와 테이블에 둘러앉고, 당직자들과 신문을 나눠보며 밥상을 함께 하는 풍경 때문이다.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옛 당명)과 ‘에스프레소’를 합성한 ‘민주프레소’의 커피로 입가심을 하면, 또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대변인실 쪽문을 지나면, 회의실 용도로 쓰이는 방이 나타난다. 투박한 소파와 테이블, 책상 몇 개가 전부다. 오가다 들른 기자들과 당직자의 대화 소리, 전날 빽빽한 일정에 지친 당직자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점심 즈음 업무에 치여 끼니를 놓쳐도 대변인실을 찾는다. 서랍장에 든 간식거리나 컵라면을 챙겨가기 위해서다. 냉장고에 항상 구비된 음료는 종종 국회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청소 어머님들’의 목도 축여준다.
새정치연합 대변인실 관계자는 “일하는 사람들, 적어도 배는 안 고프게 해줘야지”라며 “대선 때도 그렇고 외부 일정 나갈 때도 웬만하면 다들 먹는 건 잘 챙겨주자는 게 우리 생각이다. 예전부터 우리당은 그랬다. 누가 오든 좀 편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인 게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여, "우리도 야당일 땐..." 차분한 사무실
시끌벅적한 야당 대변인실과는 달리, 최근 새 커피 기계를 마련한 새누리당 대변인실은 고요하다. 유동 인구가 많은 1층을 지나 계단 한 층을 더 올라가야한다. 약 1년 전만 해도 각종 과자와 사탕 등 출입 기자들을 위한 간식을 비치해뒀지만, 지금은 당직자에게 요청하지 않는 한 직접 가져갈 순 없다. 여당이라는 특성 상 야당보다 출입 기자 수만 100명 이상 많은 데다, 외부 방문객 역시 야당보다 많아 간식 수요를 감당키가 쉽지 않아서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예전엔 우리도 간식을 항상 뒀는데, 여기는 2층이라 기자들보다 외부에서 국회 방문한 분들이 굉장히 많이 왔다 가신다. 간식을 아무리 사놔도 부족하고 감당이 안 되더라”며 “그래서 직원에게 요청하면 드리고, 예전처럼 바깥에 꺼내놓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김밥도 야당처럼 한꺼번에 내놓지 않는다. 오전 8시 30분과 8시 45분에 각각 적정량을 나눠서 테이블에 비치,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야당처럼 ‘별 일 없이’ 드나드는 이가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공문 처리 등 실제 업무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2층까지 걸음 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새 커피 기계’를 사용하려는 이들 또는 대변인실 옆 흡연실 사용 차 올라오는 정도다.
테이블 높이 역시 대변인실 분위기의 차이를 반영한다. ‘식탁’용으로 쓰이는 야당과는 달리, 무릎 아래 높이의 테이블을 비치, 신문을 보는 용도가 대부분이다. 간식을 나누는 모습 역시 다르다. 당 대표와 대변인 등이 지역구 특산물이나 과일 등을 대량으로 구매해 1층 기자회견장과 각 언론사 부스 전체에 전달한다. 이른바 ‘사랑방’처럼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나누는 야당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새누리당 대변인실 관계자는 “우리도 야당일 땐 그랬는데, 여당이 되니까 관리할 것도 훨씬 많고 방문자 수도 너무 많아져서 바꾸게 됐다”고 웃어 보이며 “오전엔 공문 처리 등으로 (방문하는 기자들이) 좀 되는데, 오후에는 다들 업무도 바쁘고, 야당처럼 자주 드나드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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