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전 ‘1골-1도움’으로 승리의 파랑새 역할을 담당한 권창훈(21·수원)이 슈틸리케 감독의 세 번째 황태자로 떠올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각) 레바논 시돈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레바논과의 G조 3차전 경기서 3-0 승리했다.
이로써 3전 전승을 기록 중인 한국은 쿠웨이트와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1점 앞서 G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반면, 한국에 패한 레바논은 1승 2패(승점 3)로 3차 예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경기 전 레바논의 미오드라그 라둘로비치 감독은 “우리의 공격적인 전술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으름장을 내놓았다. G조 최강 한국을 상대로 공격 축구를 선보이겠다는 호기로운 발상이었다. 하지만 레바논은 단 한 번도 주도권을 움켜쥐지 못했다. 중원에서 마법을 부린 권창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권창훈은 전반 26분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구자철에게 스루패스를 제공하며 도움을 올렸다. 틈새를 파고든 구자철의 움직임도 뛰어났지만 볼을 가로챈 뒤 그대로 질주한 권창훈의 드리블 능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15분에는 직접 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권창훈은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뒤 멋진 오른발 터닝슛으로 레바논 골망을 흔들었다.
슈틸리케호의 새로운 황태자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권창훈은 대표팀이 8-0 대승을 거뒀던 지난 라오스전에서도 존재감을 뽐낸 바 있다. 당시 2골을 넣었던 권창훈은 중거리 슈팅 능력과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움직임에 의해 골을 만들어냈다. 최근 2경기만 놓고 보면 ‘캡틴’ 기성용과 에이스 손흥민 못지않은 활약이다.
수원 소속의 권창훈은 중앙 미드필더가 제 포지션이지만 다양한 역할 소화가 가능한 팔방미인이다. 특히 공격적 성향이 강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짝을 이룬다면 장점의 극대화가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기성용과의 호흡은 최고라 할 수 있다. 다소 정적인 움직임의 기성용은 이곳저곳으로 패스를 찔러주는 선수다. 기성용의 패스 능력이 살아나려면 윙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가 쉴 새 없이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권창훈은 기성용의 파트너로서 최고라 할 수 있다.
대개 중앙 미드필더들은 패스가 뛰어난 선수들로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권창훈은 과감한 드리블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K리그는 물론 유럽 축구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유형이다. 흡사 전성기 시절 2개의 심장을 갖고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빈 박지성을 연상케 하는 선수가 권창훈이라 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호주 아시안컵에서 김신욱과 이동국 대신 무명의 이정협을 깜짝 발탁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고, 동아시안컵에서는 이재성이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권창훈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권창훈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며 제대로 된 사용설명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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