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끝낸 문재인 총선 행보? "당 분해되는데 봉창"
오는 24일 청년층 대책 발표할 예정이지만 비노계 반발에 탈당 가시화
‘재신임 투표 철회’로 내홍을 가까스로 수습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청년층 대책을 내놓는 등 본격적인 총선 행보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다만 재신임 정국 이후 당내 비노계의 공세 ‘2라운드’가 예고된 데다, 리더십 문제로 당 신뢰도 자체가 추락한 상황에서 이같은 행보가 힘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 대표는 이르면 오는 24일 '학자금 대출 금리 0%', '청년 일자리 100만개 창출' 등을 골자로 하는 청년층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과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지난 21일 자당 유기홍 의원과 서울대 총학생회가 공동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 현재 2.7%인 대학생 학자금 대출 금리를 졸업 후 일정 소득을 벌 때까지 0%로 낮추는 등의 청년층 대책 일부를 소개했다.
긴 내홍 국면에서 벗어나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차원에서 구체적인 총선·대선 공약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팎으로 걸림돌이 산재한 상태다. 당장 당내부터 문 대표에 대한 비노계의 반발과 탈당 움직임까지 가시화된 마당에 문 대표의 정책 행보가 얼마큼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안철수 전 대표가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옹호한 문 대표를 ‘온정주의’로 규정하며 “(문 대표의) 시선이 당내에만 머물러 있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당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날을 세운 데 이어,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문 대표를 향해 “‘너나 잘해’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문 대표도 “무례하다”며 반기를 드는 등 야권 내 갈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금 그런 거 말할 때냐. 당이 분해돼서 둥둥 떠내려가는데 이걸 어떻게 할지 대책을 마련하는 게 급한거 아닌가”라며 “이런 판에 혼자서 떠들어봐야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로밖에는 안들릴텐데”라고 말했다.
리더십 문제도 제기됐다. 당내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집안싸움하다가 결국 탈당까지 한 상황 아니냐”라며 “당 안에서 전혀 호응을 못 받고 있는데 정책같은 게 먹힐 리가 없다”고 내다봤다.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에도 부딪친다. 정부여당의 노동 개혁에 맞대응하는 동시에 선거 공약의 발판으로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이렇다 할 재원마련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21일 이같은 내용을 소개한 간담회석에서도 학자금 대출 금리 인하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물론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공공 부문 일자리 재원은 청년 예산 2조 1200억원과 법인세 인상으로 약 4조원을 마련키로 했지만, 당장 법인세 인상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 또한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안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고위원을 지낸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금 문제는 청년 대책을 내놓고 등록금 부담 줄여주는 게 우선이 아니다. 당 자체가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정책을 내려면 지도부와 원내에서도 하나로 확 모아서 가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지역민들이 당을 걱정하는 판국에 총선 준비를 어떻게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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