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으로 건너간 손흥민(23·토트넘)이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축구계 중심으로 우뚝 섰다.
손흥민은 지난 13일(한국시각) 열린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선덜랜드 원정경기에서 영국 무대 데뷔전을 치른 이후 지난 18일 UEFA 유로파리그 카라바흐전에서 2골을 기록하면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어 지난 20일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크리스탈팰리스전에서는 팀의 1-0 승리를 확정짓는 결승골(EPL 데뷔골)을 터뜨려 곧장 토트넘 공격진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이적료 400억원의 스타가 팀을 옮기자마자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하고 있으니 런던 현지 평가와 국내 축구팬들의 호평은 당연하다. 예상보다 이른 손흥민의 득점 행진은 적응이란 단어를 붙이기 어색할 정도로 이미 '주말의 약속'이 된 분위기다.
이런 기세라면 한동안 팬들의 밤잠을 설치케 했던 '박지성의 추억'이 손흥민의 돌풍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손흥민의 연속골이 터진 직후부터 포털사이트에 '손흥민' 석 자가 들어간 기사 수만 1140건(22일 오후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손흥민이 치른 경기가 3경기에 불과하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리그 전체로 봤을 때 손흥민에게도 침체기가 올 수 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토트넘의 전술적인 변화에 따른 과도기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과열됐던 분위기는 더욱 날카로운 부메랑이 돼 시즌 초 분위기와 뚜렷이 대비될 수밖에 없다. 이런 계산에 밝은 그의 아버지 손웅정 씨는 이미 손흥민에게 인터넷 금지령을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손흥민에 대한 환호는 당연하다. 박지성과 다른 유형의 공격수로 해결사 기질까지 갖고 있다. 축구 중심지에서 한국 선수가 리그 판도 자체를 뒤흔든다는 건 누군가에겐 애국심까지 자극할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맹목적인 형태의 호평이 쌓이면서 과열될 경우 모든 부담은 선수 본인에게 돌아간다. 현지 외신 기사의 사소한 언급부터 현지 취재진이 툭 던진 한마디까지 전부 기사화돼 전해질 경우, 자칫 손흥민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흐릴 수도 있다. 특히 손흥민이 조금이라도 부진할 경우 이런 과열은 더 큰 독이 된다.
과거 해외진출에 나섰던 선수가 초반에 반짝하다 극심한 부진을 겪은 뒤 결국 '실패'라는 오명을 쓰고 귀국한 사례가 몇 번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귀국 직후 입을 닫고 언론을 피했다. 무조건적인 열광이 잠깐의 부진과 함께 차갑게 식어버린 것에 대한 서운함이자 두려움이었다. 손흥민에게 경기 외적으로 그런 잘못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경기 내적으로도 손흥민에겐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토트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2선 공격수와 최전방 공격수까지 모두 기용했다는 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며 발이 빠른 손흥민의 장점을 십분 살리겠다는 것이 첫 번째 의중이다. 반면에 팀 주축 공격수 해리 케인(22)과의 조합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게 두 번째 의미다.
물론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가리켜 "케인을 대신해 공격을 이끌 선수"라고 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를 케인이 부진하면 그를 내보내고 곧장 손흥민 중심의 팀을 꾸리겠단 뜻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팀 입장에서 봤을 때도 공격 효율성이 분산돼야 손흥민이든 케인이든 기회가 찾아온다. 지난 시즌 한 단계 성장한 영국 출신의 최전방 공격수 유망주를 잠깐 부진하다고 해서 쉽게 내칠 감독은 많지 않다.
케인은 지난 시즌 리그와 컵대회 포함 24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6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잉글랜드 국가대표로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안 그래도 프리미어리그 관계자들과 영국 현지 팬들은 자국 스타에 목말라 있다.
케인의 부진을 달가워할 사람은 많지 않다. 손흥민이 케인의 입지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가 뛰고 있는 리그는 독일이나 스페인이 아닌 영국 무대다.
결국, 이는 손흥민에게도 풀어야 할 숙제다. 팀을 위한 고민인 동시에 손흥민 개인을 위한 과제이기도 하다. 손흥민이 양쪽 날개와 최전방 공격수까지 소화하면서 골을 펑펑 넣는 동시에 케인의 득점력까지 올라오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다.
손흥민은 이제 막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발걸음을 시작했다. 그래서 더욱 조건 없는 호평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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