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우승대에 오른 두산 선수들의 이름이 불릴 때 마다 두산 1루 관중석과 외야석에서는 함성이 쏟아졌다. ⓒ 연합뉴스
“허슬두! 이젠 투혼두!!”
두산 베어스가 부상 투혼을 불사르며 ‘거함’ 삼성 라이온즈를 물리치고 14년 만에 역대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정수빈의 3점 홈런 포함 17개의 안타를 퍼붓고 13-2 대승했다.
이로써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등극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우승을 시작으로 1995/2001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던 두산은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2007년, 2008년, 2013년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픔을 참고 14년 만에 꿈을 이뤘다.
올해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3승1패),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3승2패)를 거쳐 한국시리즈(4승1패)까지 총 14경기 치르며 1992년 롯데 자이언츠, 2001년 두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우승을 차지하는 힘도 발휘했다.
또 두산 김태형 감독은 김응용(1983년 해태)·선동열(2005년 삼성)·류중일(2001년 삼성) 감독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사령탑 데뷔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명장’으로 남게 됐다.
유희관-니퍼트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이현승이 9회 배영섭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자 더그아웃에서 뛰어나오는 선수들 못지않게 홈팬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두산을 연호했다.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감격한 팬들은 선수들의 뜨거운 눈물을 보며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기왕이면 홈에서 팬들과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던 두산 김태형 감독과 선수들의 바람이 이루어진 순간이다.
선수단은 깃발을 들고 그라운드를 돌며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팬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 팬들은 두산 선수들을 향해 “허슬두! 이젠 투혼두!!”라고 외치며 화답했다.
선수들은 눈물 바다 속에도 ‘예능감’을 발휘하며 팬들을 다시 크게 웃게 했다. 단연 눈에 띈 선수는 정규시즌 20승을 바라보다 포스트시즌 들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유희관이다. 유희관은 정규시즌 18승을 거둔 좌완 에이스답게 결정적인 경기가 된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 투수로 나서 6이닝 2실점 호투하며 기어코 이름값을 했다.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서 밝힌 공약대로 유희관은 쌀쌀한 날씨에도 상의를 벗어던지며 팬들을 웃게 했다. 게다가 춤까지 추면서 달아오른 잠실야구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유희관 댄스에 자극받은 다른 선수들도 춤 세리머니를 펼쳤다. 베테랑 홍성흔은 양팔을 벌리고 신명나게 춤사위를, 주장 오재원과 중심타자 김현수도 ‘막춤’을 추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부상 투혼 속에도 맹활약한 정수빈은 깜찍한 춤으로 여성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댄스에 ‘지친(?)’ 팬들을 본 두산 선수들은 뭉쳐 원을 그리며 얼싸안은 뒤 꽃가루를 가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2년 전, 3승1패로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좌절한 그때가 생생해 감격은 배가됐다. 각자 하나씩 수경을 쓴 뒤 마음껏 샴페인을 뿌려댔다. 양의지와 김현수가 선봉에 서 김태형 감독에게 샴페인 세례를 퍼붓자 도망가던 김태형 감독은 멈춰서 탄성을 내질렀다.
이후 우승대에 오른 두산 선수들의 이름이 불릴 때 마다 두산 1루 관중석과 외야석에서는 함성이 쏟아졌다.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선수는 니퍼트였다. 5년 동안 두산과 함께하고 있는 니퍼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26.2이닝 무실점 호투로 두산 우승의 일등공신이다. 또 김태형 감독의 헹가래를 시작으로 박용만 회장, 박정원 구단주, 김승영 사장도 하늘로 붕 떴다 내려왔다. 선수들도 몇 차례나 점프를 반복했다.
이를 지켜본 두산 홈 팬들은 “투혼두(산)!”를 외치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14경기를 치르며 정상에 선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14년 만에 느낀 짜릿한 순간이 '두산 왕조'를 알리는 시작이 되길 바라는 팬들과 선수단은 쌀쌀한 날씨 속에 그렇게 뜨겁게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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