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주축 벤제마를 잃을 위기에 처한 레알 마드리드는 발만 동동 구르는 입장이다. ⓒ 게티이미지
카림 벤제마(27)의 섹스 비디오 협박 혐의로 세계 축구계가 떠들썩하다.
벤제마는 지난 5일(한국시각) 프랑스 대표팀 동료 마티외 발부에나의 섹스 동영상 유출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한 일당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프랑스 경찰 조사를 받았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판결에 따라 벤제마가 최대 5년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많은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사자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프랑스와 스페인 현지의 복수 매체를 통해 추가적인 경위 등이 속속 전해지면서 더욱 혼란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진술 과정에서 벤제마 측은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비디오를 유출하지 않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일당의 메시지를 발부에나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것. 그러나 악의는 없었으며 범죄를 목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이 선수 측 결백의 주장이다.
사건이 커지자 발부에나의 삼촌인 쥐스토 발부에나는 스페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벤제마가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벤제마와 발부에나는 오랜 죽마고우였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졸지에 주축을 잃을 위기에 처한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는 발만 동동 구르는 입장이다.
올 시즌 개막하자마자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한 벤제마는 프리메라리가, 챔피언스리그 도합 8경기 7골을 뽑아내며 ‘주포’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벤제마의 득점 행진이 이어지는 동안 호날두는 라리가 5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베일과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이 부상으로 부진했던 것까지 감안했을 때 벤제마는 시즌 초 레알의 살림꾼이었다.
실제로 벤제마의 득점 중 레알의 승점으로 이어진 득점이 5골로, 출전시간 대비 득점뿐만 아니라 순도 또한 매우 높은 활약을 펼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토록 핵심적 존재인 벤제마를 놓칠 위기의 레알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간 부상으로 빠졌던 하메스와 베일이 복귀했다는 점, 그리고 최근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그럭저럭 승점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레알은 올 시즌 현재 7승3무1패(승점24)를 기록하며 2위, 선두 바르셀로나(승점27)의 뒤를 잇고 있다. 바르셀로나에 4골을 퍼붓는 등 라리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셀타 비고를 잡고 지난주까지 리그 3연승을 기록하는 한편,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프랑스 거함’ 파리 생제르맹을 홈에서 1-0으로 누르고 일찍이 16강 토너먼트행을 확정지었다.
올 시즌 들어 유독 심한 부상병동으로 홍역을 치른 레알은 9일 세비야전 패배를 감안하고도 비교적 순항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13경기 3실점의 유럽 최저실점률로 레알 수비를 이끈 골키퍼 나바스의 활약과 유연한 로테이션을 통한 베니테스 감독의 선수단 관리가 주효하다는 평.
‘수비적인 감독’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베니테스 감독은 아랑곳 않고 상대와 상황에 따른 다양한 팀 변화를 통해 레알 감독 부임 이후 치른 공식 14경기 동안 무패를 기록했다. 중원 및 공격진의 줄부상으로 베니테스 감독에 의해 기회를 잡은 카세미루, 바스케스, 헤세 등 벤치 멤버들의 약진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그럼에도 역시 불안한 볼 점유와 무딘 공격 마무리, 수비 위험지역에서의 잦은 실수로 삐그덕거려온 레알에 대해서 높은 평가보다는 “잘 버텨왔다”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 이는 무패 사슬이 끊어진 세비야전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부상 여파에도 진통제를 맞아가며 출전을 강행한 라모스에게 끝내 과부하가 왔고 나바스, 카르바할 등 핵심급 전력들이 줄줄이 이탈하자 결국 15경기 만에 쓰라린 첫 패배를 안아야 했다. 이는 전관왕을 노리는 레알에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 벤제마를 필두로 한 주축들의 이른 복귀, 그리고 그들을 기반으로 한 전력 재정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벤제마의 복귀가 코앞까지 온 시점에 때 아닌 범죄 혐의로 레알은 또 하나의 시름을 짊어지게 되었다. 주변을 둘러싼 혼란에도 지금껏 잘 버텨온 레알, 그리고 협박 스캔들로 엮인 벤제마의 향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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