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민심..."할거면 하고 아님 말고 화끈해야지 원"
<르포>불 붙기 시작한 'TK물갈이론'
"대통령 위해 뭐했노" vs "와 만날 물갈이고"
지난 8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퇴와 국회의원 출마 시사 발언으로 다시 급부상한 단어가 있다. 바로 ‘TK물갈이론’이다. 물갈이설은 지난 7월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언급 이후 원내대표직에서 내려오면서 여의도 정가는 물론 지역에서도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때마침 지난 8일 대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유승민 의원의 부친 유수호 전 의원의 빈소에서는 친박으로 통하는 윤상현·조원진 의원이 찾아와서 ‘TK물갈이론’을 꺼내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구 시민들은 박 대통령을 좋아했지만 유 의원 역시 좋아했다.
“할꺼면 하고! 아니면 말고! 우리 대구·경북 사람들 화끈한 거 좋아한다 아이가!”
기차에서 내려 동대구역에서 유 의원의 부친 유 전 의원 상가(喪家)를 향해 잡아탄 택시 안에서 대구 달서구서 30년을 살았다는 택시기사는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으로 가달라고 말하자 “유 의원 상(喪) 가지예?”라고 물었다.
60대 남성인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 간에 있었던 지난 7월 ‘거부권정국’에 대해 “할꺼면 하고! 아니면 말고!”라며 박 대통령과 유 의원 두 사람 모두에게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해서 “삐낏으면(삐쳤으면) 삐낏다카고, 삐낏더래도 화끈하게 해줄건 해주고 풀건 풀고 해야 하는 것 아니가?”라며 “우리 대구·경북 사람들은 화끈한 거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을 향해서도 “어떻게 보면 유승민이도 박근혜가 키워준 사람 다름 없지 않아요”라고 되물으면서 “대범한 모습으로 대통령한테 ‘우리가 어디 남입니까?’하고 딱! 말하고, ‘지금 이 시간부터는 저는 다른 마음 안 갖겠습니다. 알아서 하십시오’ 이렇게 딱! 말하고 그랬어야지”라고 말했다.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온다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우리 대구 사람들은 또 약간 왕따가 된다카면예, 측은지심이 동한다”며 “안나오면 몰라도 나온다카면 또...”라며 말끝을 흐렸다.
“국회의원들 다 바까뿌야 안카나! 대구 놈들 대통령 위해 뭐하노?”
때마침 8일과 9일 번갈아가며 빈소를 찾은 친박계 윤상현·조원진 의원은 ‘TK물갈이론’을 꺼내며 물갈이설에 기름을 끼얹었다. 9일 오후 장례식장 마당 공터 흡연장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TK물갈이론’에 대해 묻자 “국회의원들 다 바까뿌야 안카나?”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구 놈들이 대통령 위해 뭐하노?”라며 물갈이설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관계에 대해서는 “유 의원이 뭐 크게 잘못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키워준 거 아닌가?”라며 “근데 대통령한테 와 개기나? 그러면 안 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같은 날 유 전 의원의 빈소 근처에서 만난 50대 남자 조문객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TK물갈이론’에 대해 “물갈이? 뭐한다고 만날 물갈이는 하는교?”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이어 “유 의원은 그래도 대구 동구에 K2비행장 이전 문제에서 일조를 한 공신 아니냐”며 “그것 때문에…(내년 총선에서 당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박 대통령과 유 의원과의 지난 7월 ‘거부권정국’에 대해서는 “묻지말라. 말 안하겠다”며 입을 닫았다.
장례식장 근처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30대 여성은 ‘TK물갈이론’에 대해 묻자 “아이고 기자님이지예? 오늘 몇 번짼지 모르겠다”며 “물갈이 그런거 없습니데이, 나오는 사람보고 찍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 의원에 대해서 묻자 “지역구 사람이 아니라서 모르겠습니다”라며 언급을 피했다. 7월 거부권정국에 대해서도 “정치를 잘 모른다”며 끝내 말하지 않았다.
한편 10일 오전 발인을 끝낸 유 의원은 부친상을 계기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다. 빈소가 차려진 8일, 9일 이틀간 빈소를 찾은 현역 국회의원만 100여명에 이른다. 전직 국회의원이거나 20대 총선을 준비하는 인원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2배로 늘어난다. 특히 정치원로인 이회창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 총재는 빈소를 찾아 “유 의원의 지금은 성장통”이라며 “더 큰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유 의원이 이번을 계기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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