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을 대표하는 두 앙숙, 첼시 주제 무리뉴 감독과 아스날 아르센 벵거 감독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무리뉴 감독과 벵거 감독의 경쟁은 일방적 싸움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레알 마드리드, 인터밀란, 포르투 등 다양한 리그를 옮겨 다니며 4대 리그 우승컵 석권과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쥐었고, 당대 최고의 우승청부사로 부상했다.
반면 무리뉴 감독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때 공교롭게도 벵거 감독의 아스날은 한동안 무관에 시달리던 시기이기도 했다.
상이한 축구철학을 지닌데 이어 자존심이 강한 두 감독은 무리뉴 감독의 첼시 1기 시절부터 악연을 형성해왔다. 그리고 상대 전적은 물론 설전까지 승자는 언제나 무리뉴 감독이었다. 급기야 무리뉴 감독은 '관음증 환자' '실패 전문가' '우승 못해도 왕인 남자' 등 갖은 오명을 벵거 감독에게 안기며 천적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두 사람의 위상은 완전히 역전된 분위기다. 벵거 감독은 이미 올해 커뮤니티 실드에서 무리뉴의 첼시를 꺾고 우승하며 지긋지긋한 ‘무리뉴 무승 징크스’를 끊어냈다. 이어 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치열한 선두경쟁을 펼치며 11년만의 리그 우승탈환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벵거 감독의 아스날은 10월 펼쳐진 6경기에서 5승 1패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이에른 뮌헨 같은 강팀들도 포함되어있다. 벵거 감독은 자연스레 뛰어난 성적표를 인정받아 EPL 10월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반면 무리뉴 감독은 지도자 인생 최대 시련에 봉착해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 첼시는 3승 2무 7패라는 최악의 성적에 그치며 16위에 머물러있다. 사실상 강등권이 코앞이다.
시즌이 반환점도 돌기 전에 무리뉴 감독은 자신의 지도자 인생 단일 시즌 최다패 기록을 경신했다. 이로 인해 경질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경솔한 언행과 거듭된 징계로 구설에 오르며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무리뉴 감독의 3년차 징크스와 더불어 벵거 감독도 재조명받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한 팀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여러 팀을 떠돌아다니는 우승청부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첼시 1기 시절이나 레알 마드리드, 올해의 첼시 2기까지 무리뉴의 팀이 반드시 3년차에 성적 하향곡선을 그린다는 징크스가 반복되고 있다. 인터밀란에서는 단 두 시즌만 머물렀지만 무리뉴가 떠난 뒤 이듬해 바로 성적이 추락했다.
이런 징크스는 무리뉴 감독이 단기간 성적에만 치우치면서 주전 선수들을 혹사시키고 어린 유망주들을 잘 키우지 못한다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이와 반대로 벵거 감독은 아스날에서만 벌써 20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홈구장 신축 문제 등으로 구단으로부터 선수영입에 충분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던 시절에도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육성하며 매년 리그 4위권과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치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와 외부 선수 영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올 시즌 무리뉴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난 첼시와 달리, 주어진 상황에서 꾸준히 성과를 끌어내는 벵거 감독의 역량이 재평가 받는 대목이다. 올 시즌 완전히 뒤집힌 두 사람간의 위상을 지켜보며 과연 무리뉴와 벵거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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