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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비토하는 호남, 어쩔수없이 박원순에?


입력 2015.11.14 09:57 수정 2015.11.14 09:57        최용민 기자

갤럽 발표, 호남 지지율 문은 5% 박은 26%

전문가들 "문에 대한 비토가 박에 몰리는 현상"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7월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메르스 피해 지방자치단체장 정책간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8%였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한달만에 3%p 하락해 5%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문 대표에 대한 호남내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 이제는 회복할 수 없은 바닥을 향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에 대해 과거 노무현 정권부터 시작된 '호남 차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 중심에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내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는 무능력도 원인이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호남 지지율 상승은 문 대표에 대한 비토의 반작용이라고 분석했다. 박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라기보다 대안부재에서 오는 차선책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아닌 박 시장을 선택하는 이유는 아직 중앙정치에서 검증받지 않았다는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지지율 하락 직접적인 원인은 리더십 부재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11월 둘째주 정기 여론조사 결과 호남지역에서의 문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5%로 조사됐다. 지난달 15일 발표한 조사에서 3%p 하락한 결과다. 그동안 문 대표에 대한 호남 여론이 바닥을 기고 있다는 평가는 꾸준히 나왔지만 이정도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되진 않았다.

먼저 문 대표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 부재다. 당이 계파간 싸움으로 내홍을 겪고 있지만 문 대표는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재인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호남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는 숙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물음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호남에서 문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당시 후보를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한 연장선상에 있다. 문 대표가 정말 대권을 차지할 수 있는 인물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이번에는 당의 혼란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까지 온 것이다.

문제는 문 대표 자신이 그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는 친노무현(친노)계와 비노무현(비노)계로 갈린다. 친노계 수장이 바로 문 대표다. 당의 내홍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에 칼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에서 문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자신이 그 갈등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해결을 잘 했으면 지지율이 이 정도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갈등의 원인이었고 무엇보다 그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엄경영 시대정신 대표도 통화에서 "직접적인 원인은 당 대표로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라며 "이 리더십 부재가 차기 대선에서 대권을 차지할 수 있는 인물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과거 노무현 정권때부터 호남 차별 '원죄'

호남의 문 대표 비토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은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 부재이지만 전문가들은 그 근본적인 원인을 과거 노무현 정권때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주류세력 교체'라는 이슈로 내홍을 겪었을 당시 그 중심에 문 대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주류세력'은 김대중 정권에서 역할을 했던,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던 호남 출신 인물들을 말한다. 이 인물들에 대한 '차별'이 호남 민심을 파고들었고 문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당이 아니라는 평가까지 나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권 당시 '주류세력' 교체로 차별을 받았던 호남지역 민심이 현재 문 대표에 대한 비토그룹의 핵심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명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오히려 호남을 차별하고 있다는 민심이 현 문 대표에 대한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통화에서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노무현 정권 당시 '주류 세력' 교체가 이뤄지면서 호남 지역 민심이 차별받았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차별의 핵심에 문 대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문 대표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문 대표가 호남 출신이 아니라 부산 출신 인물이라는 점도 문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이 싸늘해진 이유라는 평가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도 통화에서 "현재 호남에서는 문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당은 아니라는 의견이 팽배하다"며 "특히 문 대표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원순에 대한 지지는 문 대표에 대한 반작용

반면 같은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에 대한 호남의 지지율은 26%로 나타났다. 호남 민심이 문 대표의 대안으로 박 시장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그나마 지지할 수 있는 인물로 박 시장을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박 시장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적극적인 지지는 아니라는 평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종의 대안부재에서 오는 차선책일 수 있다는 분석이 높다. 서울시장이 호남 민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징검다리가 없다는 점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에 대한 지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홍 소장은 "박 시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호남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며 "호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기보다 서울시 의정활동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시장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문 대표 비토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소장은 "박 시장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적극적인 지지가 아닌 문 대표 비토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구름이고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 대표 비토의 반작용에 대한 지지가 안 전 대표에게 가지 않고 박 시장에게 가는 이유는 그동안 안 전 대표가 중앙 정치에서 보여준 실망감 때문이라는 평가다. 안 전 대표에 대한 호남의 지지율은 14%로 나타났다.

최 소장은 "안 전 대표가 중앙 정치에서 보여준 실망감은 문 대표에 대한 비토가 자연스럽게 검증되지 않아 가능성이 높은 박 시장에게 몰리는 현상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조사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 응답률은 20%였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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