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운 론다 로우지, 홀리홈의 무엇에 홀렸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5.11.16 00:05  수정 2015.11.17 12:10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굴욕적인 2라운드 KO패

긴 리치 홈의 아웃파이팅에 말려 근거리 싸움 못해

[UFC]론다 로우지는 홀리 홈의 긴 리치를 활용한 아웃 파이팅에 말려 승리 공식의 첫 단계인 근거리 싸움을 하지 못했다. ⓒ 게티이미지

UFC 론다 로우지가 홀리 홈에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의 KO패를 당했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나 결과를 지켜본 관중들이나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로우지는 15일 호주 멜버른 에티하드스타디움서 열린 ‘UFC 193’ 여자부 밴텀급 7차 방어전에서 거칠게 달려들어도 통하지 않아 당황하다 끌려간 끝에 2라운드 59초 만에 왼손 스트레이트와 하이킥을 맞고 고꾸라졌다.

복서 출신인 홈이 2008 베이징올림픽 유도 동메달에 빛나는 로우지를 상대로 뛰어난 경기 운영으로 압박한 끝에 예상 밖의 대어를 낚은 것이다. 이로써 홈은 MMA 전적 10전 전승의 기세를 올렸다. UFC 전적은 3전 전승.

MMA 전적 12승 무패를 달리던 로우지는 홈에게 무너지면서 타이틀 벨트를 빼앗겼다. 물론 WBF, WBAN, WBC 등 수많은 단체에서 뛰며 챔피언 벨트를 두른 ‘복싱계의 전설’ 홈은 천부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MMA 적응을 마친 강자다.

그런 강자임에도 로우지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것에 대해 UFC 측은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이변”이라고 표현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로우지가 장기인 서브미션으로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ESPN’은 로우지의 승리는 물론 1라운드 중반 암바로 승리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예측까지 내놓으며 로우지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우지는 2013년 12월 UFC 168 미사 테이트전(3라운드 승)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11경기를 모두 1라운드에 정리했다. 타격까지 세진 최근 3경기에서는 평균 20초 전후로 끝냈다. 하지만 이날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거리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 탓이다.

로우지는 홈의 긴 리치를 활용한 빠르고 묵직한 펀치에 밀려 근거리 싸움을 하지 못했다. 웬만한 타격은 맞으면서도 달려들어 전광석화 같은 테이크다운 이후 서브미션, 또는 파운딩으로 손쉽게 승리를 따내던 로우지의 ‘승리 공식’이 첫 단계부터 꼬여버린 것이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로우지는 효과적인 전진 스텝을 밟지 못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베테랑 복서 홈은 아웃복싱으로 로우지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왼손 스트레이트로 로우지 안면을 강타했고, 로우지는 쌓여가는 데미지를 막지 못했다. 로우지의 포스는 온데간데없이 얼굴이 망가졌고 벌겋게 달아올랐다. 낯선 풍경이다.

2라운드 들어서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예상 밖의 고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로우지는 몇 차례 왼손 카운터를 맞아가면서도 승리 공식을 밟기 위해 또 파고들었다. 그라운드로 몰고 가 ‘암바 여제’의 위력으로 단숨에 끝내버리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사우스포로서 아웃 파이팅에 능한 홈은 영리하고 민첩하게 피했고, 클린치 상황에 놓여도 뜯어 밀어내거나 오히려 로우지를 넘어뜨리는 괴력을 뿜었다. 과연 상대하고 있는 선수가 로우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놀라운 경기력이었다.

거리 싸움에서도 홈의 아웃 파이팅 때문에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무리한 돌파로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다 줄곧 허용했던 왼손 스트레이트에 따른 데미지, 그리고 호흡을 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체력은 로우지에게 무리수를 강요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큰 궤적의 펀치를 남발하더니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굴욕도 뒤집어썼다. 더 이상 앞에 있는 로우지가 과거의 ‘천하무적’ 로우지가 아니라는 것을 간파한 홈은 강력한 왼손 펀치로 로우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초점 없는 로우지의 눈동자를 노려본 뒤 턱에 하이킥을 꽂았다.

충격을 받은 로우지는 그대로 옥타곤 바닥에 고꾸라졌고 입술이 찢어져 피까지 봤다. 오랜 기간 갈고 닦은 킥복싱 실력에서 나온 강력한 한 방이었다.

한편, 론다 로우지는 경기 후 기자회견은 물론 홀리 홈과 인사할 겨를도 없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검진 결과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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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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