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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삼탕 회의 길어지니 총선이 다가왔나봅니다


입력 2015.11.29 09:47 수정 2015.11.29 09:47        문대현 기자

<기자수첩>여도 야도 언론 노출 욕심에 무의미한 회의만...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4일 오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이 더 많은 언론 노출을 위해 공식 회의 석상에서 주제와 무관하게 불필요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당 공식 창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직자(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당별 공식 회의에 참석한다.

새누리당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각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 원내대책회의, 최고중진연석회의, 최고위, 원내대책회의(주요당직자회의) 순으로 진행한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동일한 순으로 최고위, 원내대책회의, 최고위, 원내대책회의(정책조정회의), 최고위(확대간부회의)로 돌아간다. 최고위는 대표가, 원내대책회의는 원내대표가 주관한다.

회의에서 공개 부분은 대개 30분 가량이며 참석자들은 현안에 관한 필요한 발언을 한다. 간혹 지도부 내 갈등으로 공개 석상에서 험한 말이 오가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도 있지만 드문 일이다.

그러나 최근 여야 회의 모습을 보면 조금 달라진 듯한 느낌이다. 의원들의 공격적인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발언 양이 늘어나며 회의 시간이 불필요하게 길어지고 있다.

'원내대책' 논한다면서 야당 비난, '공개-비공개' 구분 요구한 김무성

20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황진하 사무총장은 처음부터 강하게 발언했다. 황 총장은 "다른 당의 일에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지만 명색이 제1야당의 대표가 호남에서 본인 지지율이 5%밖에 안 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 계파정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연대를 논의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야당의 대표가 이런 분이라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상황이다. 한심하다"며 "집안싸움을 그만하고 정치발전의 시계를 제대로 돌라달라"고 압박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며 "총선을 거론하는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을 박 시장 본인이 알아야 한다. 더 이상 (박 시장이) 총선에 개입할 경우 새누리당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여당 회의에서 야당을 노린 '작심 발언'이 나오면 야당이 가만 있을리 없다. 즉각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반격을 펼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양 당 합의가 없을 시 법안 처리가 힘든 현 상황에서 불필요한 여야 갈등은 민생에 있어서도 좋지 않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지도부 내에서는 최근 공개 발언과 비공개 발언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회의 참석자가 공개할 내용과 비공개할 내용의 구분 없이 모두 다 쏟아놓다 보니 개인당 발언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정작 당 지도부끼리 논의해야 할 비공개 회의 땐 별 이야기 없이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견을 반영하듯 김무성 대표는 지난 1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개인당 발언을 5분으로 맞춰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 공천 룰 문제를 두고 서청원 최고위원이 자신을 향해 공격하자 "공개 발언과 비공개 발언을 구분해서 해달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식 당 회의에서 불필요한 모습을 연출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앞서 나온 내용 '재탕'하는 새정치, 언론 노출 위한 욕심?

야당은 여당을 겨냥해 이미 앞 순서에서 나왔던 발언을 다시 한 번 '재방송'하면서 비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회의참석자는 회의에서 통상 "대표님이 언급하셨듯", '원내대표께서 앞서 말하셨지만" 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는 한 사안을 강조해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야당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새정치연합 최고위에서는 당시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정부·여당을 지적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문제는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이종걸 원내대표, 주승용·정청래·전병헌·오영식·유승희·추미애 최고위원(발언 순) 모두 같은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6일 최고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사람들이 같은 내용의 발언으로 회의 시간을 꽉 채웠다. '카드 수수료 인하', '신문법시행령개정안 기습 통과', '부상장병 치료비 미지원' 등 다른 내용이 나오기도 했지만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처럼 같은 내용을 반복 발언하는 것은 해당 사안을 키워 정부·여당을 향한 여론전을 펼치려는 의도도 물론 있겠지만 총선을 앞두고 언론의 주목을 받아 지역주민에게 자신을 홍보하려는 이유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야당의 한 최고위원의 측근은 앞에서 했던 말을 왜 계속 하는지 묻자 "최고위에서 발언한 것이 언론에 나간 뒤 지역에 내려가면 주민들의 반응이 다르다"며 "언론에 노출이 되지 않으면 주민들이 '왜 당신은 발언을 하지 않았느냐'고 한다"고 밝혔다. 결국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당 공식 회의를 활용하는 것이다.

당 회의를 대하는 여야의 모습 모두 옳지 않다.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닌 단순히 상대 당 대표의 행위를 지탄하는 것은 '원내대책'회의라는 취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 노출 횟수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지역민들에게 자신의 활동을 내세우려는 목적으로 비슷한 내용을 되풀이하는 행태도 결코 옳지 못하다. 앞에서는 "'민생'을 위해 '심판'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결과적으로는 '제 밥그릇 챙기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야 지도부 모두 회의에 목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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