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가까스로 통과시켰지만 '법안 바꿔먹기'
<현장>본회의 직전까지 첨예한 대립, 예산·법안 졸속 심사 비판 못피해
국회가 2일 오후 11시10분께 예산안과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었지만 부수법안 처리로 자정을 넘기면서 차수를 변경한 3일 오전 0시 48분 가까스로 '2016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지난해부터 개정된 국회법(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매년 12월2일로 두고 있다. 예산안은 결국 처리했지만 여야는 본회의 직전까지 첨예하게 대립하며 법안을 주고 받는 등 졸속으로 예산·법안 심사를 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여야 원내지도부는 1일 저녁 극적으로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여당이 처리를 요구하는 관광진흥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야당이 요구하는 모자보건법·전공의특별법·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총 5개 법안을 함께 처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2일 오전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여야 지도부의 심야협상을 "숙려기간을 준수하면서 처리할 수 있음에도 5개 법안을 느닷없이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합의를 하는 것은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대하면서 진통은 시작됐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전날 여야가 '심야합의'한 5개 법안을 국회법 52조 절차상 미비점을 들어 입법시 거쳐야하는 법사위의 체계 자구 심사과정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모든 법안 처리 과정상 법사위의 체계 자구 심사과정을 통과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될 수 없다.
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심야합의'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야당 최고위원들은 여당이 요구한 관광진흥법과 야당의 모자보건법 '수정안' 처리를 비난했고 이날 법안소위를 열고 해당 법안을 심의해야할 보건복지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는 줄줄이 파행됐다.
이 위원장과 야당 최고위원회의 이 같은 반발에 새누리당은 오전 10시30분께 "법사위원장이 거부한다면 국회의장을 설득해 직권상정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막판 핵심 쟁점으로 올라온 누리과정 예산도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됐고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는 결국 연기됐다.
본회의가 연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의화 의장은 이날 오후 2시10분께 여야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2일은 예산안을 처리하고 8일은 쟁점법안을 처리하자'는 절충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당이 절충안을 거부하고 나섰다. 의장의 절충안을 받은 새누리당은 오후 4시30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2일 예산안 + 쟁점법안(심야합의 5법)'의 통과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의장에 이 같은 내용을 요구함과 동시에 야당을 향해 협조하지 않으면 예산안을 '새누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는 압박도 함께했다.
이때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김성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김영우 수석대변인, 문정림 원내대변인과 정부측 인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이 우르르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당초 의장의 절충안이었던 '2일 예산-8일 법안' 제안을 '2일 예산+쟁점법안-8일 기타법안'으로 야당에 재제안하게 하기도 했다.
다시 공을 넘겨받은 야당은 이날 오후 6시45분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 '심야합의'로 결정된 쟁점 5개 법안 추인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여당도 한 시간 후인 오후 7시40분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를 대비했다.
야당은 의총서 갑론을박을 거듭하다가 오후 10시께 한 차례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의총을 정회했지만 11시 당론을 정하고 본회의를 개의했다. 의총 직후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를 한 사항이기 때문에 의원들께서 다소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의총에서 추인하고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러는 동안 본회의 시간은 당초 오후 2시에서 7시, 8시로 연기 됐다가 결국 오후 11시10분께 열리게 됐다.
3일 2016년 예산안 통과 직전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있었던 일련의 여야 힘겨루기를 언급하며 "신성한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예산을 법안 통과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2016년도 예산을 통과시키는 이 시간이 우리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국회'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내년도 예산을 정부안 386조7000억원에서 3조 8000억원 감액하고 3조 5000억원 증액해 3000억원이 순삭감된 386조4000억원(총지출 기준)으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됐던 만 3세~5세 무상교육 예산인 누리과정 예산은 예비비에서 3000억원을 우회 지원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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