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해임, 빨치산 세력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
통일연구원 주최 '통일환경 변화와 남북관계 전망' 학술회의
항일 빨치산 세력과 국가유공자 세력 간 쟁투 속에서 최룡해 해임 가능성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재 자신의 욕구에 맞는 정책결정체계를 구축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에서 ‘권력엘리트 길들이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북한에서는 70년 이상 수령과 함께 지배연합을 이루며 체제를 지탱해온 민주항일 빨치산 세력과 북한 건국 이래 성장한 국가유공자 세력 간의 쟁투가 벌어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해임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3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통일환경 변화와 남북관계 전망: 남북통합 인식조사를 중심으로’라는 제하의 학술회의에서 홍민,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대내외 정책 평가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최근 김정은 정권의 권력정치 양상을 설명했다.
이들 연구위원은 “2014년 이후부터 2015년 현재까지 드러난 북한정치의 패턴을 볼 때, 김정은 정권의 정책결정은 ‘김정은이 주도하는 수위 높은 강온 양면술의 동시전개’ 및 ‘속도 빠른 당근과 채찍의 용인술’이란 양상을 보인다”며 “특히 최근의 북한정치는 자신의 욕구에 걸맞은 정책결정체계를 구축하려는 김정은의 개인심리적 성향이 많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이와 함께 김정은에게 인정받아 권력 및 이권을 쟁취하려는 세력 갈등이 보인다”며 “무엇보다 민주항일 빨치산 세력과 국가유공자 세력 간 힘겨루기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들은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는 배경에 장성택 처형과 김경희 퇴각 이후 이들을 대체할 백두혈통 즉, 로열패밀리의 부재가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제외하면 김정은과 혈연관계에 있는 지도자급 수행그룹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이 같은 백두혈통의 공백에 불안을 느낀 김정은으로서는 집단 목소리를 통제할 필요성에 따라 권력엘리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들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지난달부터 중앙정치 무대에서 모습을 감춘 최룡해를 언급, “백두산발전소 부실공사가 해임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는 있으나, 최룡해 해임의 핵심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권력구조 측면에서 북한 관료정치의 중심에 있는 만주항일 빨치산 세력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백두산발전소 공사 책임자였던 전용남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위원장은 책임을 면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7일 사망한 빨치산 1세대 리을설에 대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점에 미뤄 발전소 부실공사는 최룡해 해임의 결정적 이유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빨치산 세력인 최룡해가 주요 직책에서 해임된 반면, 국가유공자 세력인 황병서와 김양건이 대북확성기 철거에 대한 공로로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고 있다는 점은 현재 북한의 권력구조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내년 5월 초 개최하기로 결정한 당대회를 준비하며 자기주도 정책결정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파벌 정비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리하여 5월 당대회에서 ‘아버지의 품을 떠난 김정은 체제의 진용’을 과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당대회 이전까지 북한 정치를 전망할 때 주목할 점은 북한체제를 구축했고 3대에 걸쳐 유지했던 80대 파워엘리트들인 김기남, 최태복, 오극렬, 태종수 등을 대체할 세력이 누구인가이다”라며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각 세습 파벌들의 이전투구와 그 가운데서 간택권을 가진 김정은의 정치적 성숙도가 내년에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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