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소방관이 죽었다 그는 딱 오늘만 기억될것이다

목용재 기자

입력 2015.12.04 15:59  수정 2015.12.29 10:26

3일 순직 이병곤 소방경, 솔선수범하며 동료들에 '존경'

공익희생자지원센터 "이들에 대한 정부 선양사업 미흡"

이병곤 소방경(왼쪽)이 3일 오후 서해대교 주탑 상층부에서 낙뢰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출동했다가 순직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해대교 주탑 상층부에서 낙뢰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출동한 이병곤(54) 소방경이 지상 30미터 높이에서 떨어진 280mm 두께의 케이블에 맞아 순직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소방경은 현장에서는 솔선수범하고 주변 동료들로부터는 존경을 받았던 소방관으로 25년차의 베테랑이었다. 그는 1990년 3월, 평택소방서의 일반 공채로 소방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굴삭기, 지게차, 동력수상레저기구조종면허 등 각종 자격증까지 취득하면서 각종 구조작업의 전문가로서 활동했다.

1995년과 2000년, 2011년에는 각각 소방행정유공 수원소방서장상, 소방행정유공 경기도지사 표창, 제49주년 소방의 날 유공행정 자치부장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소방경의 영결식은 7일 오전 평택 소사벌 레포츠타운 청소년실내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살신성인'의 표본인 소방관을 비롯, 공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사고 현장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인명구조와 사고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관심은 적고, 일시적이라는 지적들이 그동안 제기돼 왔다.

양순철 공익희생자지원센터 대표는 '데일리안'에 "소방관, 경찰, 의사자등 자신을 희생한 '공익희생자'들에 대한 선양사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반짝'하는 수준에 그친다"면서 "정부차원에서도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들에 대한 선양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찰청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순직경찰 추모관'은 경찰청 홈페이지 오른편 배너에 작은 표시로 일반인들이 찾아보기 힘들게 배치돼있다. 순직경찰관들에 대한 내용은 이름, 소속, 계급과 순직 일시, 어떤 경위로 순직했는지에 대한 1~2줄 정도의 간략한 설명뿐이다.

국민안전처가 운영하는 온라인 '순직소방관 추모관'에도 '고인 소개'란에 간략한 설명뿐이다. 고인의 연번, 성명, 소속, 최초임용일, 순직일, 담당업무, 계급, 특진여부와 함께 1~2줄 정도의 간략한 순직 경위뿐이다.

온라인 '해양경찰추모관'도 순직자들에 대한 설명이 다른 추모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순직자들의 성명, 소속, 계급과 순직경위에 대한 1~2줄의 간략한 설명뿐이다. 민간인인 의사자의 경우, 정부에서 별도의 의사자 추모 홈페이지 운영 등 선양사업에는 손을 떼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관련 조례에 따라 선양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소방관, 경찰관 등 공익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이병곤 소방경 등 소방·경찰관들의 순직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남일 같지 않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매번 드러낸다.

지난 2004년 강간 피의자를 검거하려다가 피의자에게 피살당한 심재호 경위의 부인인 황옥주 씨는 지난달 24일 공익희생자지원센터(센터)가 24일 주최한 '당신의 아름다운 이름을 기억합니다' 북콘서트 행사에 참가해 "공익희생자들 같은 사람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많이 낮아졌는데 이런 분들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최희대 소방교의 부인인 조순경 씨도 이날 "불이 난 곳에서 사람들은 뛰쳐나오지만 소방관들은 그 불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서 "지금 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화재 벨이 울릴 때 마다 현장에서 아무 일 없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양순철 대표는 본보에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현장에서 순직했다면 이 사람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됐고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 정부차원에서 소개가 될법 한데 그런 선양 사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추모관은 '언제 어디서 순직했고 어디에 안장됐다'라는 식으로 끝나버리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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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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