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무대, 다른 선수들을 데리고도 과르디올라가 자신만의 축구철학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 게티이미지
올 시즌이 끝나고 바이에른 뮌헨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결정된 펩 과르디올라(45·스페인) 감독의 잉글랜드(EPL)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의 영입을 노리는 팀으로 첼시·맨체스터 시티·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스날 등 소위 EPL을 대표하는 빅클럽들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과르디올라의 주가를 짐작할 수 있다.
EPL 명문구단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과르디올라 열풍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근 성적 부진으로 무리뉴 감독을 경질한 첼시는 잔여 시즌을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결정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 감독이다. 무리뉴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있는 첼시에서 그를 대체할 만한 지명도와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은 과르디올라 정도가 아니면 찾기 힘들다.
맨유 역시 최근 챔피언스리그 탈락과 EPL에서의 부진이 겹치며 루이스 판 할 감독의 경질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맨시티는 EPL에서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관심을 표시해온 클럽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더 큰 성공을 갈망하는 구단 운영진이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 리더십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날은 20년째 장기집권 중인 백노장 아르센 벵거를 대체할 수 있는 후계자를 찾고 있다.
과르디올라는 현재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바르셀로나와 뮌헨에서 무수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명실상부한 우승청부사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적인 패스축구의 정점으로 꼽히는 티키타카를 전술적으로 완성시켰다는 지장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의 성공 신화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도 존재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그동안 이끌었던 팀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절대 갑’ 위치에 있던 팀들이었다. 바르셀로나에는 리오넬 메시, 사비, 이니에스타 등 각 포지션에 세계 최정상급 스타들이 포진했고, 뮌헨도 과르디올라가 지휘봉을 잡기 전 시즌 이미 유럽 트레블을 달성한 팀이었다.
물론 좋은 선수들을 잘 조합해 성적을 끌어내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지만 과르디올라가 다른 지도자들에 비해 축복받은 환경에서 감독생활을 해왔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페인과 독일은 빅리그 중에서도 양극화가 가장 뚜렷한 리그로 꼽히며 바르셀로나-뮌헨은 상대적으로 두꺼운 선수층, 압도적인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장기간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EPL은 유럽 빅리그 중 가장 변수가 많고 우승 경쟁이 치열한 리그다. 중하위권팀들도 전력보강에 만만찮게 투자를 하고 강팀들의 덜미를 잡는 이변이 일상화 되어있다.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 첼시가 몰락하고 다크호스 레스터시티가 깜짝 선두를 달리는 것이 EPL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축구계의 명장들도 EPL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도 흔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EPL행은 그의 지도자 인생에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다.
냉정히 말해 어느 정도 ‘완성된 팀’을 이끌고 성적을 내는 능력은 입증했지만, 퍼거슨이나 벵거처럼 미완의 팀을 리빌딩하고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거나 엇비슷한 우승후보들이 난립하는 춘추전국시대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전혀 다른 무대, 다른 선수들을 데리고도 과르디올라가 자신만의 축구철학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아직 뮌헨에서의 도전도 남아있다. 올 시즌 이후 과르디올라가 팀을 떠날 것이 확실해지면서 벌써부터 레임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뮌헨 부임 이후 두 시즌 연속 리그 우승컵은 지켜냈지만 상대적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아쉬운 성적으로 실망도 안겼던 과르디올라다.
전임자였던 유프 하인케스가 2013년 이미 은퇴를 선언하고도 구단에 트레블을 안기며 명예롭게 퇴장했던 것처럼 과르디올라 역시 뮌헨과의 마지막 시즌에서 화룡점정을 이루고 물러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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