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어 ‘주군’ 블라터 내친 FIFA 속내는?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12.24 10:59  수정 2015.12.25 07:52

FIFA 핵심 수뇌부, 블래터와 플라티니까지 내쳐

이미지 세탁 통해 등 돌린 스폰서 끌어오려는 포석 일환

8년 자격정지 징계 받은 FIFA 블라터 회장. ⓒ 게티이미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몽준 명예부회장에게 6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 데 이어 최근 제프 블래터 현 회장과 유력 차기 대권 후보였던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게도 8년의 자격징계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FIFA 윤리위원회는 우선 정 명예부회장에 대해 지난 10월 조사 비협조, 윤리적 태도 등의 이유를 들어 6년간 축구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정 명예 부회장에 따르면, FIFA 윤리위원회는 정 명예부회장이 자신의 징계결정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는 것을 교묘하게 막고 있다. CAS 제소를 위해서는 FIFA내 항소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하는데 항소의 필수 요건인 판결문(reasoned decision)을 3개월이 다 되어가는 데도 보내지 않고 있다는 것.

FIFA는 지난 21일 열린 윤리위원회를 통해 블래터와 플라티니의 8년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 2011년 블래터가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플라티니에게 건네준 것으로 알려진 200만 스위스 프랑(약 23억 원)과 관련, 블래터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FIFA의 기술고문으로 있었던 플라티니에게 고문 활동에 대한 비용을 정산한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FIFA 윤리위원회는 이 돈의 성격을 대가성 뇌물로 판단, 이와 같은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FIFA는 세계 축구계의 한 세대를 이끌어온 대표적 인물 3인방에 대한 사실상의 퇴출 조치를 단행한 셈이다.

정몽준 전 명예부회장의 경우 그동안 블래터 회장 체제 하의 FIFA의 각종 부패와 부조리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판을 가해왔고, FIFA의 개혁을 주장했던 이른바 ‘반블래터파’였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퇴출 결정은 어느 정도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지만, 블래터 회장과 그의 후계자로 유력시 되던 플라티니 UEFA 회장에 대한 퇴출 조치는 자못 충격적이다.

과연 FIFA는 어떤 생각으로 이들을 모두 내친 것일까. 이 대목에서 최근 정몽준 명예부회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은 현재 FIFA가 취하고 있는 태도의 배경을 짐작케 한다.

정 명예부회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FIFA,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제하의 글에서 “FIFA 윤리위의 핵심 인사들은 사실상 블래터의 추천으로 고용된 사람들”이라며 “그동안 FIFA가 스포츠 마케팅 회사 ISL의 뇌물사건, 비자카드와의 부당한 후원사 계약 등 숱한 부패 스캔들에 휩싸였을 때도 윤리위는 수수방관했다. 어쩔 수 없이 조사를 해도 고작 블래터에게 면죄부를 주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FIFA 개혁의 대상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인사권자였던 블래터가 어렵게 되자 그동안 언론에서 수 없이 지적했던 사안들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며 “블래터를 비판했던 사람들은 괘씸죄로 처리하고, 블래터와 그 측근들에 대해선 은혜를 배신으로 갚으면서 가증스러운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역설적인 것은 블래터의 수하에 있으면서 FIFA의 노골적인 부패는 방치하는 한편 나와 같이 블래터 체제에 맞서던 사람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제재하던 FIFA의 윤리위가 뒤늦게 ‘깨끗한 손’인 것처럼 블래터 징계를 운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결국, 현 FIFA 윤리위원회를 비롯한 FIFA 핵심 인사들이 FIFA의 개혁을 주장했던 개혁파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인사권자로서 숱한 비판의 포화 속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 준 ‘주군’마저도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 그의 등에 칼을 꽂음으로써 일종의 ‘신분세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정 명예 부회장의 분석인 셈이다.

FIFA로부터 징계를 받은 당사자가 펼치는 주장에 100%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지만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차기 회장 1순위로 꼽히던 플라니티 회장이 차기 FIFA 회장 선거 후보로 등록이 불가능해진 현 시점에서 차기 FIFA 회장 선거 판도를 살펴보면 더더욱 그렇다.

플라티니 회장의 낙마로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나설 후보는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바레인의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프랑스의 제롬 샹파뉴 전 FIFA 국제국장, UEFA 사무총장인 스위스 출신 지아니 인판티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토쿄 세콸레 FIFA 반인종차별위원회 위원 등 5명으로 줄었다.

현재 FIFA 안팎이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AFC 회장으로서 블래터 회장, 플라티니 회장 모두와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셰이크 살만 회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인판티노 사무총장도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중 누가 당선된다고 해도 이전의 블래터 회장이 지니고 있던 발언권과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찌 보면 플라티니 회장의 낙마로 얻은 어부지리 성격이 강한데다 자신들의 주군의 등에 칼을 꽂아가며 반란을 일으키다시피 한 새로운 FIFA의 핵심세력들이 새 회장의 절대적인 권한행사를 달가워할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FIFA는 조직 내부 권한의 분산과 견제를 통해 FIFA라는 조직에 대한 대외 이미지를 기존의 보스의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마피아’ 이미지에서 민주적이고 투명한 소통과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합리적인 조직의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FIFA의 움직임은 이번 부패스캔들로 인해 스폰서들이 등을 돌리면서 14년 만에 FIFA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개 돌린 스폰서들의 고개를 다시 FIFA 쪽으로 돌려 FIFA가 재정적으로 다시 예전의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세탁’에 ‘신분세탁’까지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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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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