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김양건 숙청 가능성, 전문가들은...
김양건 숙청가능성 낮아…북 매체 김양건 치켜세우고 장의위까지 구성
'공포정치'로 북한 권력 엘리트들을 떨게 만들고 있는 김정은 정권 아래에서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숙청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김양건 숙청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동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리영호 전 인민군 총참모장,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 등을 비롯한 고위급 간부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숙청정치를 벌여왔고, 이번 김양건의 사망도 '교통사고'라는 석연치 않은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숙청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2년 리영호의 경우 '신병문제'로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인민군 총참모장직을 내려놓은 바 있고 장성택은 '국가전복음모의 극악한 범죄'라는 혐의로 처형됐다. 현영철은 지난 4월 '불경죄' 등을 이유로 처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 당국에서 현영철과 관련,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양건의 사망 부고를 알린 조선중앙통신은 김양건을 '김정일의 충직한 혁명전사', '김정은의 가장 가까운 전우', '견실한 혁명동지' 등으로 묘사하고, 그의 사망을 '서거'라고 표현하고 있어 숙청 가능성은 낮다. 더욱이 김양건은 8.25 합의를 이끈 '2+2'회담의 주역이기도 하고 대남 총책 역할을 줄곧 맡아오면서 김정은의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특히 사망한 엘리트를 위해 국가적 예우 차원에서 구성하는 장의위원회에 김정은이 포함됐다는 것은 김양건이 김정은에 의해 정치적 목적 아래 축출된 것이 아니라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양건의 부고를 전하면서 "김양건 동지가 교통사고로 12월 29일 6시 15분에 73세의 일기로 애석하게 서거했다"면서 "김양건 동지는 당과 수령의 영도를 높이 받들고 주체혁명위업의 종국적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헌신적으로 투쟁하여 온 우리 당과 인민의 훌륭한 아들"이라고 치켜세웠다.
통신은 "김양건 동지는 청년들을 주체혁명 위업의 믿음직한 계승자로 튼튼히 준비시키며 존엄높은 우리 당의 대외적 권위를 보장하고 세계 진보적 정당들과의 연대성을 강화하는데 적극 기여했다"면서 "김양건 동지는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장, 비서의 중책을 지니고 우리 당의 자주적 조국통일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다"고 부고를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권력 서열 14위(리을설 장의위원회 명단 기준)의 김양건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 점을 제기한다. 최근 들어 평양을 중심으로 교통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교통사고가 일어날 만큼의 교통량인가라는 의문인 셈이다.
지난 2003년 6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의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황북 봉산군 은정리 염소종축장 시찰을 수행했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 김정일이 "김용순이 살아있다면 한 몫 단단히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당시 김용순의 사망을 숙청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1997년 남한에 망명한 이후 남측 인사와 김용순을 연결시켰다는 주장 때문이다.
지난 2010년 6월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교통사고로 사망한 인사다. 당시 리제강 부부장이 사망을 장성택 세력과의 충돌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김용순과 리제강 모두 교통사고로 위장돼 숙청되거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은 북한 특유의 파티문화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위급 인사들만 향유하는 파티문화에 운전기사를 대동하지 않기 때문에 술에 취한 채 자신이 직접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김양건 사망과 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해온 김양건 비서가 갑자기 사망함으로써 남북대화의 장기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강석주의 와병으로 김양건 비서가 사실상 국제비서 역할까지 수행했기 때문에 북한의 대중관계 개선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안'에 "김용순도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확률적으로 국무총리 두명이 교통사고에 의해 사망할 확률은 크지 않다"면서 "현영철을 죽이고 나서 공개안하는데 김정은이 8.25합의에 관란 전반적인 책임을 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